[사설]李총리가 4·19 기념사에서 ‘국가의 품격’ 말할 자격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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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가 어제 4·19혁명 55주년 기념식에 정부 대표로 참석해 “국가의 품격을 드높이고 세계 속에 당당한 선진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2013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때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해 ‘증거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성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정 당해야 할 사람이 사정한다고 소리 지른다”며 이 총리를 ‘사정 대상 1호’로 지목했다. 성 회장과 현직 국무총리 가운데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속히 검찰 수사로 가려야 한다.

그동안 잦은 말 바꾸기로 신뢰를 상실한 이 총리가 ‘국가의 품격’을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2013년 4월 재선거 때 “이 총리와 성 회장이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했다”고 밝힌 이 총리 운전기사 윤모 씨의 주소를 이 총리 측이 수소문하고 윤 씨와 통화를 시도한 일도 드러났다. 이 총리는 3000만 원 수수 의혹을 부인하면서 “성 회장과 독대한 일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윤 씨의 독대 증언이 나온 뒤 이 총리 측은 “운전기사 윤 씨가 1억 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했지만 윤 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 씨의 1억 원 요구 주장을 언론에 흘린 사람이 이 총리라고 한다. 윤 씨를 회유해서 그 증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의도인 듯하다.

이 총리 측이 윤 씨에게 집요하게 통화를 시도한 것도 부적절한 일이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벌이는 중인데 이 총리 측이 결정적인 목격자 중 한 명인 윤 씨와 접촉에 나서는 건 증거를 인멸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수사 대상자가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것은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이 총리도 모를 리 없다.

윤 씨 말고도 이 총리와 성 회장이 선거사무실에서 독대한 것을 봤다는 다른 사람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성 회장과 소원하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성 회장이 남긴 기록에는 1년 반 동안 23차례 만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총리는 성 회장이 목숨을 끊기 하루 전에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 등 측근과 나눈 대화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15차례나 전화를 걸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중남미를 순방 중이다. 이 총리는 야당 의원으로부터 “국무총리는 대통령 직무대행이어서 이 총리 수사에 대한 검찰 보고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검찰 수사는 알 수 없고 검찰의 보고도 받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총리와 측근의 행태를 보면 이 말을 믿기 힘들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연일 이 총리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총리는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다.
#이완구#4·19혁명 55주년 기념식#국가의 품격#성완종#3000만 원#23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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