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교사-학부모 함께 처벌”… ‘쌍벌제’ 도입 목소리 솔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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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교육 현장]김영란법 앞두고 터진 촌지 문제 해법은…

최근 유명 사립학교인 서울 서초구 계성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학부모들에게 총 730만 원어치의 현금과 상품권, 그리고 한약까지 받았다가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촌지를 받은 교사 2명을 파면할 것을 요구했고 이례적으로 교사들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하지만 촌지를 건넨 학부모들에 대한 후속 조치는 없었다.

학교 현장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촌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계성초 사건에 대해 “교육청은 교원에 대한 감사권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촌지 사건 제보자가 학부모들이고 교육청 입장에서 학부모를 고발하기가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현행법상으로는 계성초 촌지 사건의 학부모들은 처벌을 하기 어렵다. 형법상 뇌물공여죄는 뇌물을 받은 사람이 공무원이어야 하는데 사립학교 교원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사립학교 교사들을 처벌할 때는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해 처벌하지만 그 범위가 촌지를 건넨 학부모들까지는 확대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립학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립학교 교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교사와 학부모 양쪽 다 처벌이 가능하지만 관례적으로 교사만 처벌됐다. 교육청도 교사를 징계하거나 검찰에 고발했지, 학부모에게 이렇다 할 법적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2006년 국회에서는 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촌지를 주고받은 교사와 학부모를 모두 처벌하는 ‘학교촌지 근절법’이 추진된 적이 있다. 입법을 추진한 진수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촌지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의 허점을 지적하며 추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주요 교원단체에서 반대 여론이 일었고 결국 법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공정택 전 교육감 재임 시절인 2007년 강력한 촌지근절 방안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밀려 포기했다. 골자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주면 그 자녀를 각종 포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불이익을 준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교원단체의 반대 여론과 “비교육적이다”는 비판에 밀려 실행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실시하는 전국 교육청 청렴도 조사에서 매번 최하위권이었다. 지난해 취임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강력한 교원 부패 근절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에 대한 촌지 근절대책은 여전히 없다.

이 때문에 촌지를 강력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촌지를 제보하는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촌지신고보상제’나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김영란법처럼 교사와 학부모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촌지 사건이 일어나면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교사와 학부모를 모두 검찰에 고발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쌍벌제#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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