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유근형]동네북 국민연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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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고객님의 예상 연금액은 98만 원입니다.’

매년 생일 즈음 한 통의 우편물이 온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보낸 안내문이다. 지금까지 보험료를 얼마나 냈고 60세까지 납부하면 얼마나 받을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월급에서 매달 얼마나 많이 떼는데 이것밖에 안 주나. 직장인 평균 은퇴 시점이 53세라는데 이것조차 못 받겠네…. 안내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직장인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국민연금이 처음부터 이렇게 박한 건 아니었다. 1988년 출범 당시 가입기간 평균소득의 70%(소득대체율)를 연금으로 보장했다. 하지만 1998년, 2007년 두 차례 개정을 통해 이 비율은 40%까지 줄었다. 예컨대 올해 취직해 평균 월급 200만 원을 받는 28세 청년이 53세까지 25년 동안 내면 약 50만 원밖에 못 받는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다.

차포 다 떼인 국민연금이 올해 다시 수난이다.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지난해 약 450조 원)이 불어나면서 탐내는 이들이 생겼다.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위원회와 본부를 별도 공사로 독립시켜 지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 돈을 잘 굴려서 더 키우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방법론이다.

분리론자들은 현 기금투자가 채권 등 안전 자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의 2013년 수익률(4.2%)이 캐나다연금(CPP·22.2%) 등 세계 6대 연기금보다 낮다는 것. 투자 방향을 잡는 기금운용위 20인에 투자 전문가가 단 1명밖에 없는 점도 비판한다.

하지만 분리론자들은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간과한다. 안정보다 수익지향형인 캐나다연금,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각각 ―14.5%, ―27.8% 등 큰 손실을 봤다. 당시 ―0.2%에 그쳤던 우리 국민연금과 대비된다. 2008∼2013년 6년 평균 수익률을 보면 국민연금(5.7%)이 세계 6대 연기금 중 가장 높다.

별도 공사를 만든다고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기금운용위에는 근로자 대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등 비전문가가 다수인 것이 사실. 현 위원들이 투자 전문가를 지목해 위원회에 참여하면 내부 개선만으로도 전문성을 보강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돈이다. 국민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난 두 차례 개혁을 받아들였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 만들어진 현 제도의 틀이 국민 동의 없이 흔들려선 안 된다.

연금 기금은 안전성과 수익성이라는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면 추락한다. 경제부처가 드라이브를 걸 때 중심을 잡아야 하는 건 보건복지부다. 국내 1호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 산얼병원 사례처럼,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강행하면 복지부가 ‘복지부동’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은 복지부가 무게중심을 잡길 기대한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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