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상준]발표땐 ‘임대료’ 빼놓고… 野 또 언론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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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정치부
한상준·정치부
새정치민주연합이 또 한번 ‘언론 탓’을 꺼내들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 ‘무상 주택 공급’ 논란으로 불거지면서다.

발단은 4일 원내대책회의다. 홍종학 의원은 “신혼부부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5∼10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약 100만 호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재고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이라는 포럼을 발족하겠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이날 ‘신혼부부용 임대주택 100만 호 확보로 결혼 즉시 입주할 주택 마련’이라는 제목의 7쪽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임대료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13일 포럼 발족식에서 우윤근 원내대표는 한 신혼부부에게 모형 집을 전달하는 행사를 했다. 우 원내대표는 신혼부부 여러분에게 집을 드리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포럼 보도자료에도 임대료는 빠졌다.

새누리당은 “무상 주택 제공이란 포퓰리즘적 정책을 내놓을 때냐”고 공격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엄청난 재원과 부지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새정치연합은 “무상이 아니다”라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모든 게 언론 탓이라는 식의 대응을 내놨다.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은 17일 비대위에서 무상이라고 보도한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18일 관훈토론회에서 “(임대주택) 100만 호는 얘기한 적도 없고, 무상의 ‘무’자도 안 나왔다”며 “그렇게 (무상으로) 보도한 언론사 전부 제소할 방침”이라고 별렀다. 박수현 대변인은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7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100만 호’는 얘기한 적이 없다는 주장인데, 홍 의원이 회의나 보도자료에서 ‘100만 호’를 언급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집을 주겠다’는 말까지 하면서 임대료 언급은 빼놓고는 뒤늦게 “무상이 아니었다”고 항변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18일 우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임대주택 이야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신혼부부 등에게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14만 가구 공급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이야기도 아닌데 보도자료를 내고, 모형 집까지 선물하는 행사를 했다는 얘기인가. 새정치연합은 언론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의 발언과 행동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상준·정치부 alwaysj@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신혼부부 임대주택#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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