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골방에서 시작한 작은학교 나사렛대 “재활복지 특성화大 1위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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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직후인 1954년 9월 14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한 미국인 젊은이가 폐가와 같은 양옥(2층)과 한옥 1동씩을 사들여 학교를 만들었다. 당시 미국 나사렛교회 소속으로 첫 한국나사렛교회 선교사를 자원한 28세의 오은수(미국명 도널드 오언스·사진) 씨가 개원한 ‘나사렛 신학원’이었다. 학생 23명에 교수는 오 씨 등 2명뿐. 인근 주민들을 초청했는데 실내 공간이 좁아 정문에서 개교식을 가졌다.

그 골방 학교가 60년이 지난 지금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의 전신이다. 학교는 11만8000m² 터에 학생 6000명(40학과), 교직원 350명, 22개의 대형 건물을 갖춘 한국 최고의 장애인 교육 및 재활복지 특성화 대학의 하나로 탈바꿈했다.

“1954년 봄 미국을 출발해 4주 동안 배로 여행한 끝에 부산에 도착한 뒤 학교를 세우는 일이 급해 곧바로 서울에 올라왔죠.” 개교 60주년 기념식 참석차 오랜만에 내한한 오 전 총장은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첫 입학생 23명 가운데 1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다. 학생들은 끼니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공부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다. 그들이 지금 한국의 나사렛교회와 사회 곳곳에서 지도자로 활동한다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1982년까지 교수 겸 총장으로 지내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 고향인 캔자스 주에 살면서 해외선교 활동을 계속해 왔다.

오 전 총장은 “미국의 나사렛교단은 사별한 부인이나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농민, 흑인 등 사회적 약자의 선교를 위해 창립돼 현재 세계 53곳에 나사렛대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며 “이런 정신이 반영돼 한국의 나사렛대도 재활복지 특성화 학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나사렛대는 1981년 천안으로 캠퍼스를 옮기고, 1992년 4년제 정규대학으로 승격돼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1995년 국내 최초 인간재활학과를 개설한 데 이어 재활공학, 언어치료, 수화통역, 심리재활, 특수체육, 특수교육, 사회복지 등 장애인 교육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 학교 학생 6000명 가운데 320명(2014년 4월 기준)이 장애 학생으로 전국 대학에서 가장 많다. 나사렛대는 2009년에는 국내 유일의 학습 장애인 교육 과정인 재활자립학과를 신설했다.

오 전 총장은 “미국에서는 장애인이 외과의사, 변호사, 애널리스트 등 여러 분야에서 차별을 느끼지 않고 활동하고 있다”며 “한국의 나사렛대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동등한 접근권과 기회를 보장해 미국의 갤로뎃대나 로체스터공대 등과 같이 세계적인 장애인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민규 나사렛대 총장은 “우리는 특수교사 임용고시에서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 등 보건의료 계열까지 영역을 확장해 재활복지 의료분야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최근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를 슬로건으로 ‘비전 2020-1’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국내 재활복지 융·복합 특성화 대학 1위, 국내 대학 경쟁력 50위권 진입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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