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야외공연장 참사]“갓 입사한 한 부서 동료 3명이 한꺼번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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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이송된 병원, 오열… 통곡…

청천벽력이고, 애끊는 통곡이었다.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사망자 16명과 부상자 12명이 이송된 성남 일대 병원에서는 밤늦게까지 사상자의 가족과 직장 동료 등의 오열이 끊이질 않았다.

사망자 7명의 시신이 안치된 분당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상기된 채 눈물을 쏟은 한 사망자의 이모는 지하 1층에 마련된 안치실에서 조카의 사망을 확인한 뒤에는 “아이고” “아이고” 소리만 반복할 뿐 말을 잃었다. 힘겹게 병원 직원의 부축을 받고 올라온 그는 결국 장례식장 앞 시멘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말을 잃고 흐느낄 뿐이었다. 사망자의 직장 동료들은 차마 그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사망자가 다니던 회사 인사과 관계자 또한 눈시울을 붉히며 “현재까지 우리 회사에서만 3명이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공연장 인근인데 금요일이고 퇴근시간도 다가오고 했다. 그런데 회사 앞에서 공연이 열리니 직원들이 내려간 모양이다. 회사에 있는데 갑자기 사고가 났다고 해서 급하게 빈자리를 수소문해 연락을 했고, 연락이 안 되는 직원들을 찾기 위해 인근 병원을 돌다가 사망을 확인했다. 어떻게 공연 안전에 이렇게 무신경할 수 있느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사고를 당한 직원들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고 밝은 친구들이었다. 모두 입사한 지 1, 2년밖에 안 된 젊은 친구들이었는데…”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분당제생병원에서도 안타까운 상황은 이어졌다. 중상자 3명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는 가운데 밖에 있는 가족들은 오열하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한 부상자의 여동생은 “누가 오빠를 이렇게 만든 거야.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도대체 누가 책임질 거야”라고 울부짖었다. 차분히 치료를 기다리던 다른 부상자의 가족들도 눈물을 흘려 응급실 앞은 울음바다가 됐다.

병원에는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이 있어 혹시 사고를 당했을까봐 초조한 마음으로 장례식장과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 분당구 서현동에 사는 이모 씨(45)는 중학교 2학년 딸과 통화가 되지 않아 제생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이미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병원 관계자에게 딸의 신원을 확인하고 다녔다. 이 병원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아이고 도대체 어디 있는 거니. 괜찮은 거니”라고 중얼거리며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고가 난 현장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27)는 동료를 찾아 병원을 헤맸다. 그는 “동료가 포미닛 공연을 본다며 나갔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 신분증마저 책상에 두고 나와 회사 사람들 모두가 찾고 있는 중”이라고 불안해하며 말했다.

분당제생병원 하영록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사망자 4명을 포함해 사상자 8명이 왔다. 사망 원인은 육안으로만 봐서 아직 알기 힘든 상황이다. 중상 2명은 출혈이 많아 아직은 장담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판교=황인찬 hic@donga.com·장관석 / 황성호 기자
#판교 테크노밸리#판교 야외공연장 참사#붕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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