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굉음… 고객 대피 소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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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 씨는 15일 오후 2시경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5층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천장에서 ‘쿵’ 하는 굉음을 들었다. 대포 소리 같은 굉음은 수차례 이어졌고 천장에서는 정체불명의 가루도 떨어졌다. A 씨는 반사적으로 커피전문점 뒤에 있는 비상계단으로 달려 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이어폰을 끼고 있어 굉음을 듣지 못한 시민들은 두 눈만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A 씨가 “빨리 도망가요”라고 외친 뒤에야 이들은 A 씨를 따라 대피하기 시작했다.

굉음은 백화점이 입점한 건물의 소유주인 센트럴시티 측이 증축공사를 하기 위해 건물 골격을 만드는 데 쓰이는 H빔을 6층 공사 현장에 내려두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인명 피해가 나지는 않았지만 고객 50여 명이 황급히 대피하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백화점 측은 대피 방송을 전혀 하지 않았고, 직원들에 의한 대피 안내조차 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사고의 경중을 떠나 고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안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5층에서 쇼핑 중이었다는 B 씨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연상될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그런데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어디로 대피하면 되는지 백화점 측의 안내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시설물 파손이나 부상자가 없었고 당황한 고객들로 인해 다른 안전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방송하지 않았다”며 “공사 자체는 구청의 허가를 받았고 안전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굉음의 원인과 앞으로의 대책을 묻는 일부 고객의 문의에도 백화점 측은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A 씨는 백화점 측에 사고 경위와 피해 대책을 e메일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A 씨는 “담당자가 ‘본사 방침에 따라 법적효력이 있는 e메일로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업무 환경상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이 많아 일일이 문서로 보고하기 어렵다. 그 대신 구두로는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해명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정윤철 기자
#신세계백화점 굉음#고객 대피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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