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은 오늘 투표로 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오늘은 내가 살고 있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행정과 살림을 집행하고 감시할 사람을 뽑는 날이다. 내 선택에 따라 지역의 앞날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소속 정당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보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다. 전국 4129만 명의 유권자는 이런 점들을 두루 감안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20,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사는 지역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를 안다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5%, 기초단체장 후보를 안다는 사람은 35.4%에 불과했다. 각 정당 및 시도지사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서는 82.2%가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이보다 더 낮을 듯하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침몰의 여파로 후보가 늦게 결정된 데다 적극적으로 후보들을 알릴 기회도 줄어들어 유권자들이 후보와 공약들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후보와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인지도가 낮다 보면 투표 불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올해는 투표하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다른 때보다 유달리 많은 편이다. 그러나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다. 설령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다 해도 차선의 후보라도 골라 투표해야 한다.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사람을 고르는 일을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겨서야 되겠는가.

기왕 투표를 하려면 제대로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을 쉽게 아는 방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다.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봐도 선택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지역을 아끼는 유권자라면 이 정도의 성의는 필요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의 성격을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부 심판’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사이에 치러지는 모든 선거는 어느 정도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는 것이 사실이다. 선거 결과를 놓고 각 정당이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자유이지만, 선거에 임할 때에는 자신들의 정책과 후보를 걸고 승부를 겨뤄야 한다. 엄밀히 말해 지방선거의 본질은 현 지방정부의 공과를 따지고 지역의 새 일꾼을 뽑는 것이다. 여야가 저마다 강조하는 이번 선거의 성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유권자에게 달려 있다.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정당과 후보들이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고, 고소 고발을 주고받는 꼴사나운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네거티브 공방도 검증의 일환이기에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오로지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사실이 아닌데도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악성 네거티브는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구태다. 공짜 포퓰리즘도 국민 세금으로 표를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온 국민이 갖게 됐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오늘 투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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