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손자의 이름으로’…그래서 더 아팠던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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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17일 07시 00분


부산 아이파크 박종우(왼쪽)와 윌리암은 15일 전북과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박종우는 득녀의 기쁨을 누린 반면 윌리암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사연 속에 준결승에 임했지만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스포츠동아DB
부산 아이파크 박종우(왼쪽)와 윌리암은 15일 전북과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희비가 엇갈렸다. 박종우는 득녀의 기쁨을 누린 반면 윌리암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사연 속에 준결승에 임했지만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스포츠동아DB
득녀 박종우, FA컵 결승 선물 못해 아쉬움
윌리암은 조부 장례식 안가고 전북전 출전

부산 아이파크는 FA컵 타이틀이 간절했다. K리그 클래식 상위리그(1∼7위)에 진입했으나 우승까지는 어려운 상황. 반면 FA컵에선 딱 두 걸음만 올라서면 명예도 높일 수 있었고,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인연이 없던 FA컵은 또다시 부산을 외면했다. 단판 승부에서 강했던 ‘윤성효(부산 감독) 부적’도 전북 현대에는 통하지 않았다. 부산의 1-3 패배. 고개를 푹 숙인 부산 선수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모두가 한 마음이었지만 특히 결승행 좌절이 뼈아팠던 이들이 있었다. ‘독도남’ 박종우(24)와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윌리암(27)이 그랬다.

5월 두 살 연상의 아내와 결혼식을 올린 박종우는 9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소집된 8일 딸 럭키(태명)를 순산했다. 비록 출산 순간을 함께 못했어도 기다렸던 득녀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 동료들로부터 ‘딸바보’라는 기분 좋은 별명도 얻었다.

반면 윌리암에게는 우울한 소식이 찾아왔다. 13일 새벽, 자신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다. 임종을 지키지 못해 슬퍼한 윌리암에게 부산 코치진과 구단 직원들이 “고국에 잠시 다녀오겠느냐”고 하자 “우린 중요한 일전을 앞뒀다.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브라질에선 상을 당하면 대개 1일장을 치러 어차피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구단 입장에선 개인사보다 팀을 먼저 챙기는 용병이 고마웠다.

그렇게 각기 다른 사연 속에 둘은 최선을 다했다. 박종우는 ‘아빠의 이름으로’ 풀타임, 윌리암은 ‘손자의 이름으로’ 후반 37분 교체될 때까지 열정을 다 쏟았다. 그래서 패배는 더욱 가슴 아팠다. 부산 김원동 사장은 “실력차도 한계도 분명했다.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 다만 우리 선수들의 의지와 소소한 사연들이 빛이 바랜 건 속상하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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