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 기업인 회동, 약속 실천해야 의미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10대 민간그룹 회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소집’하는 듯한 해묵은 형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주요 기업인을 대통령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상당수 참석자가 그룹의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대책을 건의하고, 대통령이 일일이 답변한 뒤 경제부총리 등에게 검토를 지시한 것도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계에서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 문제도 신중히 검토하고 의견을 널리 들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이건희, 현대자동차 정몽구, LG 구본무, GS 허창수, 두산 박용만 회장 등 주요 기업인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투자 활성화에 공감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과거에는 이런 약속들이 ‘청와대 행사용 립서비스’로만 끝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통령과 기업총수의 약속이 이번에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기업 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 법안이나 행정 조치에 대해 재계는 크게 걱정하고 있다. 재계의 반발 중에는 ‘기업 이기주의’도 없진 않겠지만 상법 개정안처럼 경영 현실을 외면한 법안과 정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과 정부 각 부처, 정치권은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현실적인 애로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칫 대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거나 기업인의 사기를 위축시킨다면 경제 전반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

30대 그룹이 이번에 밝힌 올해 투자 계획은 154조7000억 원, 신규 고용 계획은 14만7000명으로 올해 초에 내놓은 계획을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30대 그룹이 연간 15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투자 실적은 138조 원에 그쳤다. 예상치 못한 안팎의 악재가 생기면 투자를 보류할 수도 있겠지만 ‘발표 따로, 실제 집행 따로’가 반복되면 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다. 재계도 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는 움직임에는 할 말을 하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10대 민간그룹 회장단#오찬 간담회#투자 활성화#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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