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 하나 분양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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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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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年 수익률 6% 웃돌기도

자영업자인 박모 씨(44)는 2007년 부산 해운대 S호텔의 객실 하나를 분양받았다. 위탁관리 전문업체가 호텔을 운영해 객실별로 소유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분양가는 2억1000만 원. 그는 요즘 매달 120만 원 정도를 받고 있어 연 수익률이 7%에 육박한다.

그는 투자 이유에 대해 “일본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성수기엔 객실이 동난다”며 “요즘은 호텔만 한 ‘수익형 부동산’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2008년 이후 매년 10% 이상 늘면서 호텔 객실이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부산, 서울, 제주 등에서는 분양식 호텔 객실의 연 수익률이 6%를 웃돌고 있다. 현재로선 은행 예금은 물론이고 임대형 오피스텔보다 나은 셈.

분양식 호텔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 호텔을 분양하거나 오피스텔 대신 호텔을 짓는 사례도 늘고 있다.

○ 호텔 객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1000만 명을 넘은 데 이어 2014년에는 1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수용할 호텔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호텔 수요는 3만6300실인데 공급은 2만8000실에 그치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선 외국 관광객들로 주말과 주중이 따로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와 개인자산가들이 호텔이나 레지던스(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주거시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체 입장에선 초기에 분양을 마무리하기 쉽고, 투자자는 매달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개별 등기 및 매매도 자유롭다.

투자자로서는 오피스텔처럼 1, 2년마다 세입자를 찾거나 월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도 객실투자의 장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로 객실 가동률과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건설업계에서는 의료관광과 호텔을 결합한 ‘메디컬 레지던스’ 등의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저금리 기조도 ‘객실 투자바람’을 부추긴 배경으로 꼽힌다.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은행 대신 수익률 높은 호텔 객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였던 ‘오피스텔’의 임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호텔 투자의 매력이 더 부각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 6.2%에 달하던 전국 오피스텔 연평균 수익률은 올해 10월 말 기준 5.5% 선으로 떨어졌다.

○ 오피스텔을 호텔로 전환 잇따라

호텔 투자 바람이 불면서 오피스텔을 호텔로 전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 ‘해운대 푸르지오시티’를 ‘2043 대 1’의 경쟁률로 분양에 성공했다. 당초 오피스텔로 허가를 받았으나 장단기 숙박이 가능한 레지던스로 용도를 바꿔 인기를 끌었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불과 100m 떨어진 곳이어서 수익률이 높을 것이란 기대가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김인순 대우건설 차장은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이미 호텔 투자로 이익을 본 이들이었다”며 “관광객 증가로 호텔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있는 분들이 재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6월 준공 예정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오피스텔 ‘벨리시모’도 향후 숙박시설로 용도를 바꾸는 조건을 내세워 분양 중이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고 분양하는 호텔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 정선군 ‘라마다 앙코르 강원호텔’도 그중 하나다. 가장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22m²의 분양가가 1억5500만 원으로 3년간 연 8%의 확정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틈새시장’인 만큼 무턱대고 투자하기보다 미리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는 투자 성적이 좋지 않으면 직접 거주할 수도 있지만 호텔 객실은 투자수단 이외의 활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투자자들은 한류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서 관광객이 계속 늘어날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관광산업에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고, 지역에 따라 호텔 공급이 넘칠 수도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호텔 객실#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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