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희상]북의 위협,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6·25전쟁 이후에도 북한은 하다못해 헛말로라도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남한 내 친북세력을 통한 간접침략(間接侵略)과 핵으로 우리의 국가적 생명을 직접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핵은 남북 군사력 균형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키고 한국을 전략적 인질로 만들어 점차 적화의 문턱으로 끌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완벽한 대처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김정일이 핵과 간접침략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2007년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에 관한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의 2차 보고서에 지적됐듯이 ‘한반도가 자유민주체제로 통일되지 않는 한 북한의 항구적 핵 폐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북한의 간접침략에 대처하려 해도 마찬가지다. 과거 미국이 월맹은 버려두고 베트콩만 상대하려다가 실패하고 말았듯이 우리도 북한을 내버려 두고는 친북 좌익세력의 도전을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북한도 저렇게 허세를 부리고는 있지만 실상은 ‘군사제일주의’니 ‘선군정치’니 하는 중첩된 실정(失政)으로 재정은 파탄 나고 민심은 이반돼 체제 유지의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래서 이제는 적화통일을 실제로 이루는 것 말고는 오늘의 체제위기를 벗어날 길이 없게 되었다고도 한다. 냉철하게 보면 북한의 간접침략과 핵이 갖는 함의는 이렇게 분명하다. 적화통일이 안 되면 김정일 체제가 살아남기 어렵고 자유민주통일이 안 되면 우리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실로 반세기 동족 분단의 모순이 어떤 운명적 한계상황에 부딪히고 있는 듯하다.

체제유지 한계상황 몰린 북한

그렇다면 우리도 싫든 좋든 한민족 자유통일의 새로운 미래 설계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처한 어려움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제도 아직은 넉넉지가 못한 데다 백두산을 맴도는 중국의 동북공정 깃발도 부담스럽고, 10년간의 ‘햇볕’ 갈등 탓에 한미동맹의 우의도 많이 허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른바 급변사태까지 거론되는 김정일 체제와 북한 핵문제의 양면성, 그리고 내외의 안보상황을 두루 살펴보면 한반도의 미래 모습이 아직은 우리의 비전과 의지에 달려 있지 싶다. 실로 더할 수 없는 도전이자 기회의 시대인 셈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베트남전 참전으로 흔들리던 한미동맹에 혈맹의 우의를 다시 쌓고 막 밝아오던 세계화 시대의 문을 열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았다.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지금도 그 못지않은 안목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 지구촌 시대에는 그런 적극적인 삶이라야 기회의 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렇게 넓게 살펴보면 지난 시기 챙기지 못했던 것까지 포함해 아직은 다양한 기회가 남아있는 듯하다. 단지 그런 기회를 잡자면 이 시대 국제사회의 시공간을 총체적으로 꿰뚫어 보는 넓은 안목, 어떤 복합적 도전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지혜, 그리고 고난과 희생을 겁내지 않는 국민적 용기가 뒷받침되어야 하겠다.

오늘 우리는 과연 그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고 있는가. 이 예민한 시점에 국방태세가 너무 흔들린다고 불안해하거나, 북한이 함부로 핵과 미사일을 휘둘러대고 있으니 차제에 한반도 자유통일에 대한 중국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자유통일을 내다보는 대(大)전략적 차원에서 총체적이고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한미 간 혈맹의 우의를 되살려내고 체계화해야 하는 그런 때에, ‘연합사나 해체한다며 막대한 국방 예산을 그 공백을 메우는 데 쏟을 여유가 어디 있느냐’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미동맹 체제 재확립 주력해야

그런 차원에서 보면 지금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한미동맹 체제를 재확립하는 데 더욱 주력할 일이다. 때마침 미국은 우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고 또 그것은 세계화 시대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전략적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부담도 없지 않겠지만 모름지기 창조적 미래를 경영하자면 때로는 좀 모험적인 투자도 필요한 법이다.

이렇게 살펴보면 지금은 북한 동포를 참혹한 삶에서 구해내고 한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같은 기회는 우리가 내일을 위해 오늘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용기와 전략적 지혜를 갖추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김희상 객원논설위원·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khsang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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