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평인]선진국선 ‘정권 임기=각료 임기’가 원칙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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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춘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이 10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임면 권한이 있는 대통령이 장관 사퇴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은 대통령중심제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썼다. 최근 개각에 대한 비판을 반박한 것이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선진국에선 대통령중심제든 내각책임제든 각료는 정부수반과 임기를 같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들 국가에서도 대통령이나 총리가 제한 없는 장관 임면권을 갖지만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처음부터 신뢰하는 사람을 뽑아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력한 대통령중심제인 미국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 임기(2001∼2005년)에 ‘장관(Secretary)’ 명칭이 들어가는 각료 15명 중 중도에 바뀐 사람은 폴 오닐 재무장관이 유일하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반대하다 사임했다. 당시 언론은 ‘그는 행정부의 압력에 못 이겨 사임했다’고 분석했다.

2005년 1월 시작된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각료 중 바뀐 사람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뿐이다. 이라크전쟁에 대한 여론과 야당의 비판에 밀린 부시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교체한 경우다. 그는 부시 내각의 최장수 장관이었다.

내각책임제인 독일의 경우 2005년 출범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 내각에서 바뀐 각료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다. 전임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의 두 번째 임기 내각(2002∼2005년)에서도 4년간 단 한 명의 각료도 바뀌지 않았다.

슈뢰더 전 총리의 첫 임기 내각(1998∼2002년)에서는 15명의 각료 중 6명이 중도에 한 차례씩 바뀌었다. 임기 5년 동안 법무장관만 5명을 임명한 노무현 정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최근 10년 권좌에서 물러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내각에선 존 프레스콧 부총리,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10년을 함께했고 외교, 내무, 국방 등 주요 장관들은 총선 후 전면 개각을 단행할 때만, 즉 4년마다 한 번 정도만 바뀌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수아 피용 총리 내각이 출범했다. 피용 총리와 각료들은 각종 개혁안이 반발을 사 다소 밀릴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우리 임기는 5년이다. 5년 안에는 반드시 관철할 것이다.”

송평인 파리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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