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물흐리는 부실공시 반칙왕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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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에서 ‘정보 가뭄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정보인 실적조차도 늑장 공시와 주말을 이용한 기습 공개로 투자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몇몇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지난주 금요일인 12일 장이 끝난 이후 상반기(1∼6월) 보고서를 제출했다. 광복절인 15일까지 3일간 시장이 열리지 않는 틈을 이용해 기습하듯 보고서를 제출한 것. 심지어 토요일인 13일 실적을 공개한 기업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되지 않는 시장일수록 투자할 때 확실한 근거를 갖고 종목을 골라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정보가 부족한 코스닥시장

코스닥 등록기업 891개 가운데 증권사의 보고서가 나오는 분석 대상 기업은 50개 안팎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장님 문고리 잡기’ 식으로 투자 대상을 고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 실적도 제때 공개가 안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흘 연휴를 앞둔 12일 오후 3시 장 마감 이후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코스닥 등록기업은 모두 171개. 주말인 13일에도 70개 회사가 반기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상반기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회사는 17개사나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스닥 투자자들도 실적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대북 송전 수혜주나 바이오 테마 관련주의 최근 주가 급등도 코스닥시장의 정보 부족이 낳은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넷 투자 사이트 등은 코스닥 중소형주의 경우 기업 실적을 무시하고 주가 그래프만으로 투자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가의 본질인 실적에 대한 검토 없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투자방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투자 요령

우선 실적 발표나 공시에 일관성이 없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실적이 좋을 때에는 공시도 일찍 하고 보고서도 제때 제출하다가 실적이 나빠지면 주말이나 마감 직전에 슬쩍 발표하는 기업은 위험하다.

또 호재성 공시는 자주 발표하면서 악재성 공시를 숨기다가 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제재를 받은 기업도 투자 후보에서 빼야 한다.

이중적인 태도를 자주 보인 기업에 투자하면 대비도 못한 채 주가 폭락이나 증시 퇴출 등 대형 악재를 맞을 수 있다.

또 기업 실적을 예측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필요하다.

투자 대상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을 분기별로 쭉 적어 놓고 추세를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이렇게 하면 전문가의 보고서가 없어도 대략 기업의 발전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매출이 감소하는 기업은 성장세가 꺾였다는 뜻으로 실적 악화의 위험이 있다.

또 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폭이 추세적으로 커지는 기업은 언제든지 자본 잠식으로 퇴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

동부증권 장영수 연구원은 “정보가 없는 시장일수록 확실한 근거를 갖고 투자해야 한다”며 “코스닥은 워낙 기업의 흥망이 자주 바뀌는 시장이어서 아무 기업에나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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