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배출환…환경파괴… “우리 사전엔 없다”

  • 입력 2005년 5월 25일 0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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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한 환경센터. 이곳에선 제철소 내 500여 개의 굴뚝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을 철저히 감시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한 환경센터. 이곳에선 제철소 내 500여 개의 굴뚝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을 철저히 감시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기 뿌연 거 오염물질 아닙니다. 철 식힐 때 나는 수증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포스코 환경에너지부 대기보전팀의 박재범(朴財範) 대리는 커다란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가리키며 손사래를 쳤다. “제철소 근처 주민들이 ‘저 굴뚝에서 나오는 게 공해물질 아니냐’고 항의할 때가 적지 않거든요.” 경북 포항시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지상 75m 높이의 환경센터. 포항제철소의 각종 유해물질 배출을 감시하는 곳이다. 제철소 내 크고 작은 500여 개의 굴뚝마다 설치돼 있는 대당 2억 원짜리 자동오염물질 측정기가 30분 간격으로 자료를 이곳으로 전송해 온다. 유해물질 배출이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오염경보가 울리고 즉각 조치가 취해진다. 최근 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지속가능 경영(SM·Sustainability Management)’의 현장이다.

▼왜 지속가능 경영인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 정립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은 ‘경제성장+환경보전+사회복지’의 조화를 말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지속가능 경영’이다.

조명래(趙明來)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급속한 경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세계적으로 지속가능 발전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이라며 “우리나라도 이미 환경과 성장의 조화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나이키는 베트남 공장에서 유해물질인 톨루엔을 법정 기준치보다 177배 초과해 배출한 것과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미성년자를 대거 고용한 사실이 알려져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2001년 소니는 비디오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의 부품에서 카드뮴 농도가 초과돼 네덜란드로 수출한 150만 대를 전량 반품 받는 바람에 200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이미 환경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활용한다. 이제 이윤 창출뿐 아니라 환경보전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은 아직 관심없어▼

유한킴벌리는 산림청과 함께 초등학교 여유 공간에 숲을 조성해 주는 ‘학교 숲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안양 신기초등학교 학생들이 나무를 심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유한킴벌리

정부는 2000년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만들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였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는 2002년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기업들의 지속가능 경영 노력을 유도하고 있다. 이 협의회에 가입된 국내 기업은 현재 31개사.

삼성SDI는 국내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 경영에 앞장서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SDI 천안공장은 2002년 SM 추진 사무국을 발족시킨 뒤 환경친화제품 생산과 윤리·사회공헌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03년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보고서’도 발간했다.

올해 1월 CSM(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팀을 발족시킨 포스코는 환경친화공정인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발해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각종 환경 관련 시설 운영에 쓰는 돈만 해도 연간 약 6400억 원.

현대자동차는 8개 분야에 걸쳐 환경경영 중장기 실천계획을 수립 운영 중이다. 이 밖에 아시아나항공, SK㈜, 유한킴벌리, LG화학도 지속가능 경영에 관심이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반면 중소기업은 성장과 환경을 조화시키려는 노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 47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경관리 전담조직을 갖춘 회사는 3.6%에 그쳤고 환경관리 담당 인력이 1명도 없는 업체도 43.4%나 됐다.

포항·천안=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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