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우궈광/'후진타오 시대' 어디쯤 오고있나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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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의 지위가 공고해지면서 ‘포스트 장쩌민(江澤民) 시대’ 또는 ‘후진타오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얘기는 아직 때가 이른 것 같다.

‘후진타오 시대’를 얘기하려면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 전회)를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3중 전회는 지난해 10월 중순 개최돼 이미 2개월 반이 지났지만 후 주석 주도로 처음 열린 중앙위 전체회의인 만큼 그 의의는 범상치 않았다. 그런데도 중국 언론은 이를 요란하게 선전하지 않았고 내용 분석조차 안하는 이상한 태도를 보였다.

공개 의사 일정에 따르면 3중 전회에서는 3건의 업무가 처리됐다. 우선 후 주석은 정치국을 대표해 중앙위에 ‘업무보고’를 했다. 회의는 또 ‘중국 공산당 중앙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완비를 위한 약간의 문제에 관한 결정’을 심의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중국 공산당 중앙의 헌법 수정을 위한 일부 내용에 관한 건의’도 통과됐다.

헌법 수정에 대해서는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중국이 내용을 공포했듯 장쩌민 중앙군사위 주석의 ‘3개 대표(공산당이 사영기업가, 지식인, 노동자 농민의 이익을 대표)’이론을 헌법에 삽입하고 사유재산권을 보호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후 주석의 성적이라기보다는 장쩌민 시대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경제 체제 완비에 관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정’은 그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몇 가지 특징을 띠고 있다.

첫째, 이 결정은 경제 사회 문제를 두루 다루고 있지만 정치체제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행정개혁과 경제체제 건설을 강조했지만 ‘당의 영도’와 ‘당의 인재 관리’ 등을 더 내세웠다. 회의 전 중국 언론은 정치개혁을 떠들었지만 관련 문건에서는 그 그림자조차 찾기 어렵다. 만약 이를 ‘후진타오 시대’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이른바 제4세대 지도부는 진정한 정치개혁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둘째, 이 결정은 경제개혁에 대해서도 명확한 전략적 목표와 정책의 중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모호한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 새 지도부의 기본 특징은 안정과 타협을 추구하는데 있으며 쇄신과 개척은 결핍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셋째, 새 경제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어떤 게 있을까. 혼합소유제 경제를 발전시킨다. 사유 경제의 시장 진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제도를 정비한다. 농민의 토지 양도를 허가하고, 도시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호적 규정을 완화한다는 것 등이다. 회의 전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동북 진흥’에 대해서는 ‘거시조정을 강화한다’는 한 마디만이 삽입됐을 뿐이다.

만약 이것이 경제개혁 강령이라면 새 지도부에는 개혁 강령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가 경제발전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해석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장쩌민 체제는 평범했으며 혼란을 두려워하고 진취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4세대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새 지도부는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지 않고 단지 기술적으로 모순을 완화하려 할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장쩌민 시대의 특징은 계속되고 있다. ‘후진타오 시대’는 아직 돛대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우궈광 홍콩 중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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