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찍는 김국진 "예쁜 송윤아가 파트너"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19분


1999년 여름, ‘모래시계’의 김종학PD가 기자에게 퀴즈 한가지를 냈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를 만들려고 하는데 누가 주인공일 것 같으냐”는 것이었다. 힌트를 달라고 했더니 “4·19 혁명 이후 80년대 후반까지 우리 현대사를 한 개인을 통해 조명하겠다”고만 말했다.

정답은 개그맨 김국진(36)이었다. 당시 김PD는 “김국진이 코미디에 드라마를 섞은 MBC ‘테마 게임’에서 다소 침울한 듯한 마스크로 여러 캐릭터를 표현해냈다”고 평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연기 해석을 놓고 김국진과의 갈등으로 그 드라마(가제 ‘신화’)의 촬영을 중도 취소했다.

김국진이 22일 첫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반달곰 내 사랑’으로 2년 만에 드라마에 다시 도전한다. 극중 역할은 서울 변두리 중학교 축구 코치인 반달웅. 사람 좋지만 때로는 앞뒤 안 가리고 배포를 부릴 줄도 아는 인물이다. 자신과 정반대의 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중학교 재단 이사장 딸 한정은(송윤아 분)과 현실적으로 힘겨운 사랑을 하게 된다.

김국진의 표정이 궁금했다. 그는 “기쁘지만, 송윤아씨가 이제까지 상대한 여자 연예인 중 가장 미인이라 좀 당황스럽다”며 싱겁게 피식거렸다. 그리고는 내내 “쑥스럽다” “좀 어색하지 않으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김국진은 ‘테마 게임’에서 단골로 구현했던 소시민 풍 캐릭터를 이번 드라마에서 형식만 바꿔 담아내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99년 말 ‘테마게임’이 없어진 이후 방송에서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동안 나름대로 색다른 유형의 개그를 찾는 중이었는데 갑작스레 다시 기회가 온 거죠. 2년 전 기억도 나고 해서…”

최근 6번째 떨어진 골프 세미프로 테스트 건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제는 도 닦는 심정이죠. 실망조차 사치스럽고 그냥 다시 기회가 되면 필드로 나가보겠다는 생각뿐입니다”고 말했다.

김국진이 22일부터 보여줄 연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