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25시]홍보물 발송 새 풍속도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동 ○○○호 세대주님 귀하.’

이 아파트에 사는 최모씨(34)는 이달에만 자신의 이름 대신 ‘세대주님’이라고 적혀 배달된 우편물을 5장이나 받았다. 뜯어보니 모두 백화점 카드사 보험사 등에서 보내온 홍보물이었다.

최근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이처럼 받는 사람의 이름을 특정하지 않은 채 ‘세대주님’ 앞으로 보내는 우편물이 쇄도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카드사 보험사 은행들이 개인신상정보의 누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홍보 우편물을 보낼 때 일부러 주소만 적고 받는 사람의 이름은 특정하지 않는 것.

불특정 수신인을 상대로 한 이같은 우편물은 주소를 알기 쉽고 분실 우려가 없는 아파트 지역에 집중적으로 보내지고 있다. 집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아파트 동 호수만 따로 적어 일괄적으로 보내면 되기 때문.

그러나 이들 업체가 아파트의 모든 가구에 우편물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자칫 기존 고객에게까지 실명 대신 ‘세대주님’으로 우편물을 보낼 경우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기존 고객은 컴퓨터로 검색해 제외시킨다.

구매력이 있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30평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를 집중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기존 회원 수가 가장 적은 아파트를 최우선적으로 고른다는 게 백화점이나 카드사 홍보 직원들의 설명이다.

H백화점 관계자는 “이름 등 개인 신상정보를 입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개인 이름을 적어 보내면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느냐’고 항의하는 시민이 많아 이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 1년에 두번 정도 인근 아파트에 10만∼15만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에 사는 김경림씨(35)는 “나와 아무 관계없는 업체에서 이름까지 적어 우편물을 보내오면 불쾌한 기분이 들어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세대주님’으로 표기한 우편물은 그다지 거부감이 안 들어 읽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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