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노트]'진실게임' 가짜 만들기에 진짜 구슬땀

  • 입력 2002년 1월 18일 14시 25분


SBS ‘이경실 이성미의 진실게임’(금 오후 7·10)의 시청자들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건 ‘과연 정답을 미리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진실로 고백하건데 정말 짜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녹화 당일은 마치 ‘적군과 아군의 전쟁터’같다. 적군은 이경실 이성미 두 MC를 비롯 판정단으로 나오는 모든 연예인이며 아군은 똘똘 뭉친 PD 작가 그리고 우리의 ‘진짜 가짜’들이다.

“이번 주에는 뭘 찾는 게임이야?”. 이성미씨가 아무리 졸라도 녹화 당일 대본이 나올 때까지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 녹화 전까지 진짜와 가짜의 머리카락 한올도 미리 볼 수가 없다.

제작진은 출연진이 화장실 가는 것도 조심한다. ‘누가 진짜 여자인가?’ 편에 출연한 남자들이 치마를 휘날리며 모두 여자 화장실을 이용했을 정도.

‘진실게임’의 비밀을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 아나운서 한선교씨다. 진짜 가짜들이 맹연습을 하는 곳이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분장실이기 때문이다.

한선교씨는 언제나 탐정 같은 눈으로 한마디 툭 던진다. “다 외웠어요?”. “네”. “당신 가짜군!”.

그렇다. 진짜는 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선교씨의 사전테스트를 바탕으로 가짜를 보완하게 되니 은근슬쩍 도움도 받는 셈이다.

신년 4일 ‘진실게임’은 깜짝 놀랄 일을 꾸몄다. 이경실 이성미 두 MC와 지석진 김수용 조혜련 등 판정단들이 진짜와 가짜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누가 진짜 이들의 형제인가?’편은 준비기간만 한달이 걸린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전국에서 연예인을 닮았다는 사람들을 만나러 갔을 때 우리는 ‘닐리리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방송국 로비에 어린 이성미, 키 큰 이성미, 나이 든 이성미들이 우글우글했던 것. 조혜련씨를 닮은 사람의 경우 뒷모습까지 똑같아서 놀라기도 했다.

게임은 시작됐고 특별 MC로 한선교 박미선씨를 초빙했다. 조혜련씨는 “가짜가 되니 가짜 마음을 알겠더라”며 “제 발이 저려서 그런지 괜히 말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날 정답을 못 맞춘 아나운서 유정현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왜 내가 가짜의 그 말을 눈치 못챘나’를 생각하다 자유로에서 교통사고가 날 뻔했다고 한다.

이런 마음은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가끔 연예인들 전원이 다 정답을 맞췄을 때는 일주일 내내 분한 마음(?)에 잠을 못이루기도 한다.

지난 2년반동안 ‘진실게임’에 출연한 일반인들은 700명이 넘는다. 제작진은 진실게임을 만들면서 ‘세상엔 많은 사람 만큼 수많은 진실이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아직 못다한 진실들, 게임은 계속된다.

최영인(SBS‘이경실·이성미의 진실게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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