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정 취소 소리 나올라”…참석자 줄어든 자사고 입학설명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0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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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 대강당에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가 열렸다. 학부모들이 메모도 하고 녹음도 하며 강사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 대강당에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가 열렸다. 학부모들이 메모도 하고 녹음도 하며 강사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또 (자사고) 지정 취소된다는 소리가 나올까 걱정이죠.”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 씨가 답답한 듯 심경을 털어놓았다. 20일 A 씨는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연합 입학설명회를 찾았다. 하지만 마음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듯 손에 든 펜만 이리저리 돌리며 고민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배모 씨(47·여)도 “우리 아이는 열심히 공부할 거라 믿지만, 진학한 학교가 나중에 지정 취소 논란에 휩싸이면 아이가 혼란스러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자사고 21개교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서 연합 설명회를 개최했다.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다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지위를 유지한 학교 8곳도 참여했다. 설명회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대입제도 변화와 2023 대학입시의 특징 △중학생을 위한 고교선택 전략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총 900여 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자리했다.

서울 자사고 21곳 중 13곳은 이번에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았다. 이중 8곳이 재지정 기준점인 70점에 미달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학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이후 각 학교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도 이를 인용하면서, 8개 학교 모두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내년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설명회는 내년 자사고 입학생이 졸업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의 혜택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집중됐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서울 자사고들은 법적으로 확실하게 공교육 리더의 자리를 이어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고진영 배재고 교장도 “자사고 1차 평가 때 2014년에 낸 가처분 소송이 지난해 7월에 끝났다. 지정 취소 논란을 겪은 학교도 앞으로 최소 3년은 자사고 지위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정 취소 논란을 겪었던 자사고 8곳에 대해서는 해당 학교의 우수성을 강조하는데 특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현장 곳곳에서는 자사고 지정 취소 논란의 영향도 감지됐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동성고 강당에 총 1378석을 준비했지만, 2층 436석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942석인 1층에도 듬성듬성 빈 자리가 보였다. 1400부 넘게 준비된 자료집도 설명회 종료 후 400여 부가 남았다.

설명회를 들으러 온 학부모와 학생 수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 자사고 폐지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2017년(2000여 명) 대비 절반도 참석하지 않았다. 1500여 명이 찾았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600명가량이 줄었다.

연합회 측도 참석자 감소를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는 서울 중구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1800여 석의 1층과 300석 2층을 포함해 2100여 명이 수용 가능하다. 반면 이번 설명회는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이 1400명도 되지 않는 동성고 강당에서 개최됐다.

연합회 측은 조금이라도 참석자를 늘리기 위해 설명회 개최 시기도 앞당겼다. 연합 설명회는 개최 시기가 늦어질수록 참석률도 줄어든다. 서울 자사고는 연합 설명회와 상관없이 개별 학교의 별도 설명회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희망하는 자사고의 개별 설명회를 다녀온 학부모는 연합 설명회에 참석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지난해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는 이번 설명회보다 한 달가량 늦은 10월 18일에 열렸다.

서울 자사고들은 지원자 모집을 위해 이후 개별 입학 설명회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자사고 1차 서류는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각 해당 자사고에 제출하면 된다. 면접 대상자에 한해 2차 서류를 12월 19일부터 20일까지 접수한다. 합격자 발표는 해당 자사고 홈페이지에서 내년 1월 3일 확인할 수 있다. 추가모집은 내년 1월 15일부터 16일까지 원서를 접수해 20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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