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에코를 사랑한 뷰티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에코 뷰티(Eco Beauty)’. 더페이스샵이 지난달 새로운 유기농 화장품 ‘네이처셀프’를 선보이면서 내건 제품 콘셉트다. 화장품 내용물은 물론이고 제품 포장 구석구석에도 친환경 디자인을 담았다. 포장 상자는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만들었고 화학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를 썼다. 그렇다고 미적 부분을 포기한 건 아니다. 상자 전면에 화장품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연보라색 허브꽃을 포인트로 그려 넣었는가 하면 글씨는 모두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과 갈색으로 통일해 표기했다.

친환경 화장품이 뜨면서 최근 화장품 업계에선 ‘친환경 디자인 전쟁’도 한창이다. 친환경 제품이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외관 디자인이 한몫을 하기 때문.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용기를 제작하는 건 기본이다. 이미 한 차례 재활용된 소재를 새로운 제품으로 부활시키는 업체들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에코레시피’ 라인은 ‘무(無)파라벤, 無인공향, 無인공색소, 無광물유’ 원칙을 살려 만든 이른바 ‘4無 제품’. 프랑스 유기농 인증기관 에코서트로부터 인증받은 제품답게 화장품 용기도 친환경적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및 신문지를 펄프로 개어 굳혀 만든 종이곽이 포장의 전부다. 신문지 색이 그대로 남은 회색 종이곽은 ‘계란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유해 접착제가 아닌 수성 접착제를 사용한 덕에 한 번 더 재활용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 에코 디자인 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재활용 및 환경보존 개념과 기능을 고려한 디자인’, ‘고객에게 감성적 만족을 줄 수 있는 디자인’, ‘브랜드 가치와 환경을 생각한 기업 이미지 디자인’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 개별 포장지를 없앤 ‘두루마리형’ 녹차 티백과 100% 종이로 만들어 재활용이 가능한 녹차 티백 패키지 등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끌어올리고 예비 에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자 진행한 이벤트”라며 “행사를 앞으로도 2년에 한번씩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매장)를 연 유기농 화장품 편집 매장 온뜨레에는 유럽풍 ‘에코 디자인’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색조 화장품인 ‘꿀레르 까라멜’은 립스틱부터 아이섀도와 마스카라, 파운데이션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에코 패키지’에 담았다. 재활용이 가능한 생분해성 물질로 제품 패키지를 만드는 것은 기본 원칙. 재생 용지로 종이 상자를 만들고 파운데이션처럼 딱딱한 보호용 케이스가 필요한 제품은 원목을 이용해 포장했다. 온뜨레 측은 “꿀레르 까라멜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내용물과 패키지를 생산할 때 엄격한 관리 운영 제도를 도입해왔다”고 소개했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라인 ‘빌려쓰는 지구’는 이름부터 포장까지 모든 부분에서 친환경을 강조한 브랜드. 환경 호르몬을 유발할 수 있는 인공화학 성분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재생지를 활용해 만든 치약과 비누용 종이 포장 상자는 2007년 지식경제부에서 선정한 ‘굿디자인’ 제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주방 세제와 세탁 세제는 용기와 제품 라벨을 단일 재질로 만든 덕에 라벨을 뗄 필요 없이 바로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할 수 있다.

더바디샵은 제품 용기에 합성수지(PVC) 대신 재생 플라스틱(PCR)을 고집한다.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용기 1000만 개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결의한 산림인증시스템(FSC)에 따라 ‘베어도 환경에 무해하다’고 인증받은 목재만 제품에 사용하는 것도 원칙의 하나이다. 이 업체에서 판매하는 나무 머리빗 등 모든 목재 제품에는 ‘FSC 인증마크’가 새겨져 있다.

미국 브랜드인 오리진스는 모든 인쇄물을 콩으로 만든 잉크와 재활용지로 제작한다. 제품을 담는 종이 상자 역시 국제비정부기구(NGO)인 산림관리협의회(FSC)에서 인증한 섬유로 만든 종이 50%와 재활용지 50%를 이용한다. 상자 제조에 사용하는 에너지 역시 친환경 에너지인 풍력과 수력 전기만을 고집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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