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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단독]3장짜리 ‘최경환 첩보문건’엔 지역구 기업인 구체적 동향 담겨

입력 2018-12-21 03:00업데이트 2018-12-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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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특감반 논란 확산]드러나는 김태우 리스트 문건 내용
한국당 진상조사단 회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와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 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도읍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한국당 진상조사단 회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와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 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인 김도읍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대통령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지난해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후원 단체 및 관련 기업과 기업인 등 민간인 동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정황이 20일 드러났다. 전날 한국당이 폭로한 전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 작성 보고서 리스트에 이어 각각의 문건 내용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김태우 “최경환 첩보 작성 지시받았다” 추가 폭로

동아일보가 입수한 전 대통령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 보고서.동아일보가 입수한 전 대통령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 보고서.
동아일보가 입수한 김 수사관의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은 유력 기업의 A 대표와 최 의원 간 모종의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작성된 A4용지 3장 분량의 보고서다. 지난해 7월 25일 작성된 이 보고서엔 “A 대표가 (최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 청도 지역의 30여 개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모임의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이 모임은 최 의원의 후원 단체”라고 야당 의원 관련 구체적인 동향이 적시되어 있다. 또 A 대표와 최 의원 사이에 오간 구체적인 후원 관련 정황도 있다. 최 의원 및 기업인 관련 인물 프로필 자료, 관련 언론기사 출력물, 기업 소개 자료 및 사업보고서 등이 첨부되어 있다.

김 수사관은 이 보고서가 이인걸 특감반장에게까지 보고가 됐고, 이 반장은 김 수사관에게 또 다른 최 의원 관련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보고서를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는데, 특감반장은 ‘최경환에 대한 보고서는 이미 많이 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후 “특감반장이 ‘내용은 좋은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동향성 정보이니 내용을 보완해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확인된) 첩보로 만들어 오라’고 지시했다”고 김 수사관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특감반장은 김 수사관이 자신에게 각종 보고를 올리는 과정과 관련해 “정식 보고서를 쓰는 단계는 내가 (김 수사관 등을) 불러서 이런 건 더 확인해보고 조사하고 보고서를 올리라고 했을 때 진행된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형철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은 이 문건에 대해 “김 수사관이 초기에 업무 파악을 못하고 썼다가 이 특감반장으로부터 지적받고 폐기된 문건”이라고 했다. 최 의원 측은 “검찰이 이 잡듯 수사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수사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민정수석실이 조직적으로 야당 정치인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한국당 조국 등 고발 vs 청와대 “개인 일탈”

한국당은 최경환 의원 관련 첩보 문건 등에 대해 “명백한 야당 정치인 사찰”이라고 규정하면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미 드러난 것만 해도 민간인 사찰을 했고 정권 실세들 비리는 묵살했다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고 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 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당 법률지원단장 최교일 의원은 “청와대가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으로 이송하기로 한 것은 사건 축소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김 수사관에 의해 작성된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 관련 의혹 보고서에 대해 국토위 긴급 현안질의를 요구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민평당 정동영 대표는 20일 라디오에서 “정부 여당의 대응이 안이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옷 로비 사건은 실체적 진실이 별것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권이 엄청난 치명상을 입었다”고 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에서 (김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알면서도 한참 동안 가만히 뒀다는 정황이 있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범죄자(김 수사관) 얘기에 근거해 공당(한국당)이 그런 식의 폭로를 하면 되느냐”라고 비판했다.

김 수사관의 폭로에 연일 브리핑을 갖고 적극 반박에 나섰던 청와대는 20일 침묵을 지켰다. 이번 파문을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고 논란을 더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든 설명이 끝났다고 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반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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