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국회부의장 “용산이 바뀌어야 내년 총선 이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5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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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국회부의장이 14일 국회 부의장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회부의장인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5선·청주 상당) 은 14일 인터뷰에서 최근 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황에 대해 “남은 기간 동안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부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으로 당선됐고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인사”라며 “항간에서는 새로운 인재 발굴이 부족하고 검찰 인사가 과다하다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최근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민심에 따라 당 혁신의 모습을 그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강조했던 중진의원들의 결단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혁신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최근 저서 ‘나의 도전 나의 숙명’을 출간했다. 1999년 ‘아버지가 꿈꾸는 세상 아들에게 물려줄 희망’, 2005년 ‘정우택1. 자전적 에세이’에 이은 세 번째 자서전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에 이어 김기현 전 대표도 사퇴했다.
“당내 혁신이 불가피하다. 지금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민심에 따라 우리 당 혁신의 모습을 그려나가야 한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성공 조건이 있다면.
“당이 비상사태에 대응하고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쌍특검법 문제 등을 처리하려면 다음주 중에는 발족하는 게 좋다고 본다. 당을 이끌고 가려면 정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좋다고 본다. 둘째는 민심을 제대로 읽는 사람, 셋째는 당의 문제점이 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혁신적인 리더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한국갤럽은 지난 8일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정부견제론’이 51%로 ‘정부지원론’보다 16%포인트 높아 올 들어 가장 큰 격차로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둡다.
“오히려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하면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남은 기간 동안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의 정치도 바뀌어야 하고, 도덕적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은 공천에서 과감하게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으로 당선됐고,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인사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인사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짧은 기간에 자리를 바꾸거나 검찰 인사가 과다한 점 등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 눈높이에 맞고 능력을 갖춘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당정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험상 청와대나 대통령실이 선거에 너무 깊이 개입하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대통령과의 소통을 단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대통령실 의도대로 인선이 되고 선거가 치러진다는 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당이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정 부의장은 충북에서 5선을 지낸 여당 내 최다선 의원이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기존 청주 상당 지역구에서 선거 한 달 전 당의 공천 결정으로 청주 흥덕으로 옮겼다가 상당, 흥덕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22년 재보궐 선거에서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기준이 있다면
“엄격한 도덕성 잣대로 기준에 맞는 인물을 걸러내야 한다. 그 이후에는 다른 어떤 기준보다 당선 가능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에서 원하는 사람을 공천해야지 당심이 작용하는 사람을 공천해서는 안된다.”

―충청 지역 민심은 어떤가.
“충청에서 지면 수도권에서도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다. 충청 출신들이 수도권에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충청에서는 거점 인물을 제대로 선정해서 승리 요인을 만들어야 한다.”

정 부의장은 여야가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섭·손준성 검사 탄핵안으로 충돌한 데 이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이른바 ‘쌍특검법’과 국정조사 3법까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여야 간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는지.
“야당이 방탄 국회나 1인 옹호체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부당한 입법 폭주와 질주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본다. 대화와 타협으로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대안이 없어 답답함을 갖고 있다. 결국 22대 총선에서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국회가 탄생되길 바라고 있다.”

―저서 ‘나의 도전 나의 숙명’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새누리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시는 숨막히는 순간을 책에 담았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재기할 수 있었던 과정을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앞으로 계획하는 일이 있다면.
“우리가 광복 100주년이 됐을 때 주요 3개국(G3)에 들어가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진 나라들은 정치불안을 겪는 나라들이 많다. 22대 국회서는 정치불안으로 나라를 어렵게 만드는 행태가 없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충북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국회의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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