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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미안하지만 文보유국과 비교되는 미얀마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1-04-22 14:38수정 2021-04-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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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처럼 군복 입은 사람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쉽게 인식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 투사라는 망토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선동됐을 때는 그 위협을 알아채고 예견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15일 미 의회 사상 최초로 한국의 인권을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상황을 미얀마에 비교해 (고급영어로) 설명했다. 쿠데타로 민간정부를 전복시킨 미얀마 군부가 전통적 독재의 룰을 따랐다면, 선거로 집권한 요즘 민간정부는 쿠데타 없이도 자유민주주의를 잘만 전복시킨다. 신종 ‘스텔스 독재’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들이 아웅산 수지 고문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양곤=AP 뉴시스

● 쿠데타 없이 민주 뒤집는 ‘스텔스 독재’
군부 재집권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 학살이 700명을 넘어섰다.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될 수 없는 군부 만행이다. 이 교수가 용감하게 미얀마와 비교했지만 ‘문재인 보유국’은 자국민 학살만 없을 뿐(정신적 학살도 포함시켜야 하나…) 미얀마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해둔다. 첫째, 미얀마 군부가 친중(親中)이고 ‘민주의 꽃’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 겸 외교장관이 친미(또는 친서방)라고들 아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다. 아웅산 수지의 친중 성향은 군부를 능가한다. 둘째, 여릿여릿한 외모와 달리 아웅산 수지의 독재자 기질도 군부 뺨친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문 대통령이 친중적, 독재적인 점과 슬프게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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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지

미얀마는 우리처럼 1948년 식민지에서 독립했고, 5·16쿠데타 1년 뒤인 1962년 쿠데타로 군부독재를 시작했다. 1988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시위가 일어났지만 신군부가 철권통치를 이어갔다는 점에선 우리보다 불행하다. 군부독재 54년간 중국과 가까웠던 건 서방의 제재로 기댈 데가 중국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영토적 야심을 아는 군부는 오히려 지나친 종속을 경계했다.

● 친중 독재자를 둔 국가의 비극
2016년 첫 민주선거로 집권한 아웅산 수지가 첫 해외 방문지로 택한 곳은 중국이었다. 우리로 치면 문 대통령이 방미보다 방중을 먼저 감행해 친중 외교노선을 만방에 알린 것과 마찬가지다. 2017년 소수민족 로힝야 학살사태로 국제사회가 일제히 아웅산 수지를 비난했을 때는 중국이 종주국처럼 감싸고 나섰다. 지금도 유엔안보리에서 중국은 미얀마 군부를 편든다.

반(反)민주·반인권 국가의 흑기사로 늘 중국이 등장하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정불간섭’이라는 고상한 명분을 대지만 중국은 북한을,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와 미얀마 같은 불량국가의 독재자를 비호한다. 물론 그 나라들의 전략적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필 인권과 법치와 민주주의를 발톱의 때로 여기는 국가들하고 이익과 가치를 같이 한다는 건 기막힌 일이다. 미국에 패권 도전을 한 나라여서 중국 편에 서면 위험하다는 얘기가 아니다(그래도 미국은 인권과 법치,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나라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외교 원칙으로 재차 천명했다). 심지어 코로나19 백신이 없어 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이 시기에 문 대통령이 중국과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외치다니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20일 중국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온라인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는 코로나 극복의 중요한 가치”라고 발언했다.
● 국제사회가 미얀마를 돕기 힘든 이유
미얀마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자 미얀마 사람들은 군부 뒤에 중국이 있다며 반중감정을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서방 분석가들은 되레 중국이 낭패로 여긴다고 본다. 중국은 군부보다 아웅산 수지와 더 가깝다. 그가 실각하는 건 봉을 놓치는 일인데 왜 중국이 군부 쿠데타를 지원하겠나.

(여기서 왜 아웅산 수지가 친중·독재적인지 따지다간 날 새고 만다. 식민지배와 군부독재의 유산일 수도 있고, 20여 년 군부에 연금당했던 개인적 경험 탓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얀마 사람들은 아웅산 수지를 열렬히 지지한다. 마치 달님을 떠받드는 것처럼).

국제사회가 선뜻 개입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섣불리 개입했다간 군부가 친중으로 돌아설 우려가 있다. 개입이 성공해 아웅산 수지가 복귀해도 위험하다. 지난 4년간 못한 민주주의, 소수민족을 포함한 인권의 정치와 경제성장의 정책 능력을 앞으로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더 친중, 더 독재로 갈 공산이 크다. 미안하지만 미얀마는 너무 오랫동안 잘못된 줄에 서 있었던 것이다.

양곤의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의미로 유엔 상징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양곤=AP 뉴시스
● 굳이 교훈을 찾자면… 줄이라도 잘 서자?
바야흐로 민주주의 쇠퇴의 시대라고들 한다. 20년 전 민주화시위는 70%가 성공했지만 오늘날 성공률은 3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홍콩도, 태국의 민주화 시위도 맥없이 막을 내렸다. 2016년 한국의 촛불시위 역시 ‘촛불혁명’이라 주장하는 세력에 네타바이(일본말 미안합니다)당했다.

원인을 캐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미얀마는 영국의 식민지로 살았던 200여 년 역사, 소수민족을 이용한 제국의 식민 지배가 한스럽겠지만 그건 과거일 뿐이다. 조상 얼굴도 본 적 없는 로힝야에게 갈등과 분열의 책임을 묻는 건 멀쩡한 자국민을 ‘토착왜구’로 모는 것과 다름없는 인권침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나라가 이사를 갈 수도 없다. 요컨대 과거와 지리는 현재의 우리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미얀마와 달리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에게는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나를 바꾸는 것은 더 쉽다(솔직히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업(業)을 또박또박 해나가는 것부터 충실히 할 일이다. 그것도 어려우면 어디서든 줄을 잘 서는 일이라도.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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