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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권 30년’이냐, 박근혜와 절연이냐 [김순덕의 도발]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4-26 13:57수정 2020-04-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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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국이 맞단 말인가? 총선이 끝나고도 한동안 나는 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국으로 대표되는 집권세력의 민주주의 파괴와 실정을 국민은 준열히 심판할 줄 알았다.

제1야당이 훌륭한 대안세력이라고 여겼던 건 아니다(지난 1년간 미래통합당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없을 정도다). 총선 분석도 나올 만큼 나왔다(선거 다음 날 신문에 실린 ’황교안 역할은 끝났다‘ 칼럼엔 “너도 끝났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다행히도 ’조국이 옳아서‘ 여당이 압승했다는 얘기는 없는 것 같다(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었던 이근형에 따르면 ’조국 사태‘는 전혀 통합당의 득점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모두가 동의하는 분석이 있다면 ’코로나19 대처‘가 여당 승리의 1등 공신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에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하는 등 사정이 호전된 것이 총선 승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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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대처 잘한 지도자가 이긴 총선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득표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총선 이틀 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59%다(이유는 과반수가 ’코로나 대처 잘함‘을 들었다).

국회의원 300명에 긍정평가 59%를 적용하면 177명, 부정평가 34%를 적용하면 102명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합친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103석에 신기할 만큼 근접한다(2016년 총선 무렵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긍정평가 39%와 비슷한 122석이 나왔다. 2012년 총선에선 이명박 대통령 긍정평가가 24%였으나 차기 대선주자 박근혜의 지지도 49%에 근접한 152석을 얻었다).

위기 때는 국가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5000여 명, 세계 2위를 지키는 이탈리아의 총리 지지율이 70%를 넘는다. 독일(79%) 캐나다(74%) 총리에 비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외려 낮은 셈이다. 탁월한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를 둔 것도 문 대통령의 복이다. 국민으로서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득표율로 보면 통합당 大敗 아니다?

코로나 말고도 야당 대패를 설명하는 분석은 무지 많다. 하지만 사람은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법이다. 통합당과 그 지지층이 볼 때는, 득표율로 따져 보수-진보가 별 차이 없다는 해석이 제일 마음 편하다. 민주당이 49.9%이고 통합당이 41.5%인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에 참패했을 뿐이라는 거다.

비례정당 득표율로 보면 더 안심된다. 미래한국당(33.84%)이 더불어시민당(33.35%)보다 높다. 여기 꽂히면 통합당은 크게 고민할 것도 없고, 고칠 것도 없다.

단, 이 경우엔 태극기세력을 자임해온 우리공화당(0.74%)이나 기독자유통일당(1.83%)이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자유우파, 애국시민을 자부하는 이들 중에는 통합당이 ’박근혜 탄핵 무효‘를 적극 외치지 않고, ’광화문 세력을 대표하는 전광훈 목사‘와 손잡기는커녕 ’배신자 유승민‘을 영입한 탓에 총선 패배했다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팩트를 중시하는 언론인 선배들, 지식인도 적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동아DB


● 태극기부대의 정체성, ’영남 자민련‘으로

통합당 내에서도 이 문제는 정리되지 않았다. 즉 아직도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지 못하는 세력이 부글거리고 있어 당내 화합도, 다수 국민과의 화해도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2월, 입당 43일 만에 대표로 선출된 황교안이 이를 상징한다. 거칠게 말하면, 운동권 86세대의 ’도구‘로 노무현 문재인이 택군(擇君)당한 것처럼 황교안도 친박과 대구경북(TK) 세력에 업혀왔다고 할 수 있다. ’딱 태극기부대의 정체성‘이라는 지적에서 헤어나지 못한 결과가 ’영남 자민련‘으로 찌그러진 통합당이다.

총선 과정에서 친박도 사라졌다지만 이제는 총선에서 살아남은 중진들이 그 알량한 당권을 잡겠다고 난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소리에 “당에 자주적 역량이 없어 식민통치를 자청하는 식”이라며 발끈하는가 하면, ’대권의 꿈‘이 위태로워진 홍준표는 김종인의 과거를 거론했다.

● 좌파 장기독재 1.5정당 체제로 가나

현 정부 실정에 실망한 국민에게는 가장 겁나는 총선 분석이 ’구조적 정치변동‘이라는 거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보수가 최대 결집하면 51 대 49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여당이 못하면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 성향에 따라 보수-진보 양당 간에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10년 주기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동아DB


총선 결과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이 민주당 지지 우위다. 영남과 서울 강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민주당 지지가 더 많다. 갤럽 조사에서 총선 때 25%로 올라갔던 통합당 지지율은 지난주 22%, 평상시로 돌아왔다. 이 정도면 민주당은 주류정당이다. 1960년 4·19혁명, 1987년 6월항쟁에 이어 30년 만에 유권자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작년 4월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2개의 운동장으로 바뀌었다”는 ’대한민국 중심정당의 길‘ 보고서를 냈다. 민주당이 주도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80% 유권자들의 주류 운동장과, 통합당과 함께 탄핵에 반대하는 유권자 20%의 비주류 운동장이다.

주류 유권자는 설령 민주당이 잘못해도 태극기의 녹슨 철근만 붙잡고 있는 통합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정권교체가 주류정당 내에서 일어나는 1.5당 체제‘다. 이 논리가 맞는다면, 앞으로 30년은 우파 집권을 기대할 수 없는 ’좌파독재 30년‘이 열리게 된다(좌파독재라는 단어가 그들의 비위에 거슬릴까 겁나서 제목엔 ’진보정권 30년‘이라 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 동아DB


● 박근혜 세력과의 결별, 가능한가

굳이 트집을 잡자면, 지금 같은 민주당은 절대 중심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고서에선 “중심정당은 ’하나라도 같으면 동지‘라는 초심과 상식을 지키는 정당”이라고 했으나 민주당은 이와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과 하나라도 다르면 적(敵)‘이라는 오만과 독선이 하늘을 찔러 온 국민과 화합하지 못한 상태다.

대한민국의 이념지형과 세대지형이 바뀌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문제는 통합당 역시 ’하나라도 다르면 빨갱이‘라는 반공보수, 시장보수의 20%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식 있는 보수로 꼽히는 김진홍 목사도 최근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세력이 오히려 보수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에 “결국 그렇게 됐다”고 인정했다.

박근혜 탄핵 반대 세력과의 결별이 쉬울 리 없다. 어찌 보면 통합당도 일개 정당에 불과하고, 이 당의 회생에 국민이 애면글면할 것도 없다.

●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

그러나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불렀던 시절을 기억한다면, 권력에는 견제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떠오를 것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리가 삼권 분립이다. 행정권력, 지방권력에 이어, 사법권력에 입법권력까지 거머쥔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선 그래도 제대로 된 야당이 필요하다.

’김종인 비대위‘가 아니어도 좋다. 그러나 통합당이 자력갱생하겠다며 이를 걷어찬다면, ’도로 그 당‘이 되어 집권세력에 ’야당복 시즌 2‘를 열어줄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자살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없다”는 미국의 명언이 우리나라에도 들어맞을까 두렵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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