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영 역사작가 1170년 6월 고려의 무신들이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로부터 1270년까지 100년 동안 무신정권이 성립됐다. 처음 정권을 잡은 이의방은 전주 이씨로, 그의 동생 이린이 조선 태조 이성계의 6대조가 된다.
이의방은 의종을 폐위시키고 명종을 옹립했다. 하지만 지방에서 의종을 복위시키고자 반란이 일어나자, 후환을 없애고자 이의민에게 의종 살해 명령을 내렸다. 이의민은 천민 출신으로 기골이 장대한 군인이었다. 이의민은 잔인무도한 것으로 명성이 높았다. 무신정변이 일어나던 날에도 그에게 죽은 문신이 많아 그 공으로 장군으로 승진했을 정도다.
이의민은 경주로 도망쳐 온 의종을 찾아가 참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허리를 꺾어서 죽였는데, 우두둑 소리에 큰 소리로 웃었다고까지 한다. 의종의 시신은 큰 가마솥 두 개를 붙여 연못에 던졌는데, 그 가마솥이 탐이 난 중이 가마솥만 건져 가고 시신은 그대로 연못에 두었다고 한다. 한때 고려의 군주였으나 연못 위에 떠오른 시신이 된 의종. 다행히 며칠 후 조선시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 같은 의인이 이때도 있었다. 전 부호장 필인이 시신을 거둬 몰래 묻어 주었다.
무신정권 3대 집권자였던 경대승은 이의민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이에 이의민은 경주로 몸을 피했는데, 경대승이 뜻밖에도 요절하고 말았다. 이에 명종은 자신을 지켜줄 사람으로 이의민을 불러들였다. 이의민은 의종 살해범으로서 명종과 한배를 탄 동지였다. 결국 망나니 이의민이 무신정권 4대 집권자가 됐다. 폭력적이기만 한 이의민이 정권을 잡았으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의민은 글을 몰라 무당의 말만 들었다. 이들이 섬기는 신은 두두을이라는 나무 신령이었다. 이의민은 두두을을 지극정성으로 섬겼다. 어느 날 두두을이 울고 있다 하여 이의민이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무당이 두두을의 말을 전했다. “내가 오랫동안 너희 집을 지켰는데, 이제 하늘이 재앙을 내리려 하니 내가 의지할 곳이 없어 울게 되는구나.” 하늘의 재앙은 이로부터 며칠 후 비둘기 한 마리로 촉발됐다.
이의민의 아들 중 차남과 삼남은 별명이 쌍도자, 즉 쌍칼이었다. 아버지를 닮은 안하무인의 잔인한 난봉꾼들이었다. 이들이 왕실의 궁녀를 건드려도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의민의 차남 이지영이 최충수가 키우던 비둘기를 빼앗으면서 그들의 몰락이 시작됐다. 최충수는 하급 관료였으나 그의 형 최충헌은 장군의 지위에 있었다. 최충수는 형 최충헌을 찾아가 이의민 일가를 처단하자고 제안했다. 두 형제는 이의민이 별장에 간 틈을 타 그를 급습했다(음력 4월 9일).
무술로 이름을 날린 이의민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최충헌의 한 칼에 목이 달아나고 말았다. 최충헌은 개경으로 돌아가며 군사를 동원했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넋이 나가 우왕좌왕하고 있던 이의민의 아들들은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다. 이의민의 장남과 삼남이 집안 하인들을 데리고 나왔으나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도망쳤다가 결국 붙잡혀 처형됐다. 이지영은 아버지가 죽은 줄도 모르고 지방에서 술을 마시며 놀고 있다가 살해됐다. 62년간 4대를 이어간 최충헌 가문의 집권이 시작됐다. 비둘기 한 마리가 쏘아 올린 작은 불씨가 고려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꾼 순간이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