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등학교 친구들도 한국전에 참전했었어요. 참전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국전에 참전하고 온 분에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이 과속 딱지를 면제해 드리는 것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 카프리오(향년 88세). 미 연방대법관도,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도 아닌, 인구 20만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의 판사였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이 그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판결을 떠올리며 애도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로 불린 그가 생전에 쓴 ‘나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그의 판결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됐는지 알게 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내 휴머니즘이 살아 돌아오는 건 덤.
“면허를 취소해서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출근할 수 없다면 어떻게 정의가 실현되겠는가? … 그래서 나는 범칙금이나 판결을 선고할 때 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2부 ‘타인의 관대함’에서)
그는 법은 삶을 바로잡을 기회를 박탈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법복 아래에는 판사 배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마음의 판결은 늘 이민자, 워킹 푸어, 노숙인, 서민 등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했다. 없는 이에게는 법의 준엄함을 일갈하면서도, 권력자에게는 한없는 연민을 가진 ‘그분들’에게 다독과 정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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