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상품에 강제 착색까지… “제주 감귤 이미지를 지켜라”

  • 동아일보

감귤 가격 호조세 틈타
상품 외 감귤 유통 기승
제주도, 특별단속 실시

서귀포시 모 선과장에서 초록빛 감귤을 화학약품을 이용해 노란색으로 착색시키는 모습.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서귀포시 모 선과장에서 초록빛 감귤을 화학약품을 이용해 노란색으로 착색시키는 모습.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3년 연속 감귤 조수입(매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제주에서 값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상품 외 감귤’ 단속에 나섰다. 감귤 가격 호조세를 틈타 규격 외 감귤은 물론 초록빛 감귤을 노란색으로 착색해 유통하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자치경찰, 행정시 등과 합동으로 육지부 도매시장 및 도내 전통시장, 384개 선과장을 대상으로 상품 외 감귤 유통 행위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별단속 기간에 적발된 곳에는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에 따라 10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내리고, 2회 이상 적발된 선과장은 선과장 등록을 취소한다.

제주도는 1997년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자 상품 기준을 마련했다. 감귤 횡경을 기준으로 1번과 ‘47∼51㎜’부터 10번과 ‘78㎜ 이상’ 가운데 2∼8번과만 상품으로 규정했다. 이후 개정을 거치면서 올해는 당도 10브릭스(Brix) 이상을 전제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감귤 크기인 45㎜부터 70㎜까지만 출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타이벡 등 토양피복자재를 이용한 감귤은 77㎜까지 유통을 허용했다.

상품 기준을 3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감귤 가격 호조세로 규격 외 감귤 유통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은 화학약품으로 감귤을 후숙·강제 착색해 유통하려던 서귀포시에 있는 선과장을 지난달 적발했다. 이 선과장은 생장조정제(농약)와 수산화칼륨을 혼합한 화학약품을 감귤 600㎏에 뿌린 후 비닐을 덮어 보관하다 덜미를 잡혔다.

초록빛 감귤보다 노란색 감귤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자치경찰단은 현재 45㎜ 미만의 상품 외 감귤이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관광객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올해 감귤 생산 예상량은 역대 최저 수준, 품질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며 “감귤 후숙·강제 착색 행위와 상품 외 감귤 유통은 초기 감귤 가격 형성과 안정화에 찬물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품 외 감귤 단속은 물론 원산지 거짓 표시 행위까지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의 감귤 조수입은 2021년산이 1조271억 원을 달성하면서 사상 최초 ‘조수입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이어 2022년산 1조418억 원, 2023년산 1조3248억 원으로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미래 감귤 사업 기본구상’에서 2070년까지 조수입 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제과원 조성 7500㏊까지 확대 △평균 당도 11~12브릭스로 상향 △국산 품종 재배 50%까지 전환 △무(無) 바이러스 생산 체계 도입 △수확-출하-정산 원스톱 서비스 운영 △내륙거점물류센터 활용한 맞춤형 직거래 유통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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