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철새-펭귄이 모래사장에…‘예술 표출의 장’ 된 다대포해수욕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9일 11시 01분


김길만 모래조각가가 20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백사장에 ‘북극곰의 눈물’이라는 모래 작품을 조각하고 있다. 김길만 작가 제공
“모래 작품을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어요.”

모래 조각가인 김길만 작가(66)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설치했던 작품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대포 모래는 적당한 수분을 머금고 있어 작품 제작이 편했다”며 “해운대 등 다른 해수욕장에서는 굴삭기 작업자에게 좋은 모래를 요청해야 했지만, 다대포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국내 1호 모래 조각가’로 알려졌다. 1987년 부산 해운대에 첫 작품 ‘인어’를 조각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그는 2000년 이후 미국 시카고 등 국내외 모래 작품전에 초청받았다. 국내 대표 이벤트인 ‘해운대 모래축제’에는 2005년 1회 행사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런 김 작가가 지구의 날(22일)을 앞둔 20일 다대포 백사장에 가로 4m, 세로 3m 크기의 모래 작품 ‘북극곰의 눈물’을 제작했다. 작품은 어미 북극곰이 아기곰, 철새, 펭귄 등과 함께 있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감을 담아냈다. 그는 “북극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북극곰과 펭귄이 부산 다대포 해안까지 밀려올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틀에 걸쳐 삽과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조각칼보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면 곡선을 한층 부드럽고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우려를 알리기 위해 전국 해안을 돌며 ‘게릴라 모래 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 기장군 임랑해수욕장과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이어 다대포를 세 번째 작품 장소로 택했다. 부산외국어대 특임교수인 김성훈 사단법인 한국모래예술학교 총장은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드넓은 백사장이 조성된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모래를 활용한 체험과 전시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선셋영화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부산 사하구 제공
다대포 해수욕장이 서부산권을 대표하는 예술 표출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드넓은 모래 해안을 전시장과 축제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사하구는 오는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 다대포 해수욕장 일원에서 ‘2025년 선셋영화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2022년 시작된 ‘부산 락스퍼국제영화제’를 계승한 이 영화 축제는 해변 노을과 영화를 함께 즐기는 이색 영화제로 호평받았다. 지난해에는 약 1만 8000명이 다녀갔다.

사하구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1억 원 늘려 6억 5000만 원을 투입한다. 사하구 관계자는 “부산 출신 고 김영애 배우 회고전과 청년 영화인 단편영화제 공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는 다대포 일원에서 ‘2025 바다미술제’가 열린다. 바다미술제는 홀수 해마다 열리는 현대 미술축제로, 1987년 88서울올림픽 사전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올해 미술제는 ‘언더커런츠(Undercurrents)-진동하는 물결’을 주제로 삼았다. 낙동강 하구와 남해가 만나는 다대포의 생태를 다양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마련된다. 미술제 관계자는 “‘바다의 밑 물결’이라는 주제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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