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4대 천왕’ 송대관 별세
무명생활 딛고 서민에 희망 선사
‘차표 한 장’ ‘네박자’ 등 잇단 히트
태진아 “건강 조심하시게 하더니…”
‘해뜰날’ ‘네박자’ 등 활기차고 희망이 가득한 곡들로 국민의 마음을 위로했던 가수 송대관이 7일 별세했다. 뉴스1“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노래 ‘해뜰날’에서)
‘해뜰날’ ‘차표 한 장’ ‘네박자’ 등 서민의 애환을 달래는 노래로 사랑받았던 가수 송대관이 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며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이날 치료를 받던 도중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소속사 스타라인업엔터테인먼트 측은 “특별한 기저질환이나 지병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수년 전 담도암 판정을 받았으나 완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194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고인은 어린 시절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을 정도로 가난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1967년 ‘인정많은 아저씨’로 데뷔했지만, 10년 가까이 무명 생활을 겪었다. 결국 1975년 발표한 ‘해뜰날’이 큰 인기를 얻어 MBC ‘10대 최고 가수왕’, KBS ‘가요대상’ 등을 석권하며 설움에서 벗어났다.
고인은 1980년 가수를 포기하고 돌연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도 했다. 극장 쇼가 사양길로 접어들며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이었다. 1988년 귀국한 그는 1990년 발표한 ‘정 때문에’가 20만 장 넘게 팔리며 화려하게 가요계에 복귀했다. 이후 ‘차표 한 장’(1992년) ‘네박자’(1998년)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현철, 태진아, 설운도와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렸다. 사대 천왕의 큰형인 현철은 지난해 7월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특히 가수 태진아와 절친한 사이이자 둘도 없는 콤비로 유명했다. 태진아는 이날 동아일보에 “지난달에도 ‘나는 건강하니 동생이나 조심하시게’라고 하셨는데 갑작스레 떠나 충격이 크다”며 “선배는 받들고 후배는 안고 가는, 가요계에서 가장 인자하셨던 분”이라며 슬퍼했다.
고인은 가수 남진에 이어 2008∼2010년 대한가수협회 2대 회장도 지냈다. 2009년 일본 노래방의 한국가요 무단 사용을 지적하며 현지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는 등 동료들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다. 2001년 옥관문화훈장도 수훈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1980년대는 트로트가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중흥기를 이뤘던 시기”라며 “특히 고인은 푸근한 이미지로 많은 서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가수”라고 평했다.
2012년엔 고인이 독립운동가 송영근(1897∼1942)의 손자란 사실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한 라디오에서 “할아버지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해방됐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엔 가수 혜은이, 방송인 강석 등 많은 연예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배 가수인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은 “유족과 상의해 대한가수협회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정심 씨, 아들 진형 진석 씨가 있다. 발인은 9일 오전 11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