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경림]하루 10시간 노동… 간호수가 체계 개선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5일 03시 00분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노동의 가치는 노동이 개인에게 주는 가치를 의미하며, 사회적 보상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의미한다. 노동은 생계 수단을 넘어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활동이다. 한국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85시간 더 많다. 그런데 한국 간호사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보다 532시간 더 일한다. 간호사는 최대 주 52시간 근무 특례 업종이어서 초과 노동의 제약이 크지 않다. 간호사의 고된 노동이 상식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간호사의 노동 가치를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해 주고 있을까?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의 보상 체계인 의료수가 중 간호사를 위한 보상은 거의 없다. 간호사를 위한 수가 중 대표적인 수가인 ‘간호관리료’만 보더라도 그렇다. 간호관리료는 입원료에 포함돼 있다. 입원료의 구성을 보면 병원의 관리료가 35%, 의학 관리료가 45%로 75%를 병원이 가져간다. 그런데 병원의 구성 인력 중 70% 이상이지만 간호사한테 주어지는 관리료는 25%에 불과하다. 답답한 것은 그 25%에 대한 과학적 근거마저 없다는 점이다.

간호사들의 주요 행위를 보상하기 위한 수가를 보면 더 가관이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병원에서 간호사들은 지금도 진료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메꾸면서 더 많은 과도한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간호사에게 인정해 주는 관리료는 32개밖에 없다. 의사의 주요 행위 수가 중에 마취, 처치, 수술 관련 항목에는 2883개가 있다. 또 각 행위에 따른 비용이 지급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간호사의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개별 수가 책정 항목을 확인해 확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진료 지원을 하는 가칭 전담간호사, 전문간호사의 간호 수가 체계를 포함해 개발돼야 한다.

정부는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며 야간 간호료 등 특수 수당을 2018년부터 만들고 수입금의 70%를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쓰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준수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관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특수 수당은 간호사들한테 줘야 하는 돈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감독해야 하며 권고가 아닌 강제성이 필요하다.

간호사들의 업무를 하루 단위로 쪼개 보면 8시간씩 데이·이브닝·나이트의 3교대로 돌아간다. 간호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6시간이다. 나이트 근무자(13.1시간)의 노동시간이 데이(9.7시간), 이브닝(9.1시간)보다 길다. ‘생리대 갈 시간도 없이’ 일해도 제시간에 일을 마치지 못하는 셈이다. 따라서 간호사의 처우 개선 수가에 이브닝 수가도 만들어야 한다. 오는 6월 간호법이 시행되기 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이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헬스동아#의료수가#간호관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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