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원에 낸 자료공개는 재판 방해” 의사들 “의료농단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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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학적 방법론으로 예측”
의사단체 “2000명 근거부족 입증”
대학별 정원-가처분 자격도 마찰
항고심 16, 17일께 결과 나올듯

“(자료 공개는) 여론전을 통해 재판부를 압박해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다.”(한덕수 국무총리)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의료농단, 국정농단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

한덕수 국무총리(왼쪽)는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법원 제출 자료 공개는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는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법원 제출 자료 공개는 공정한 재판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뉴시스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대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를 의사단체가 13일 공개한 것을 두고 의정은 각자 브리핑을 열어 상대를 거칠게 비판했다. 의사단체는 “공개 검증을 통해 2000명 증원 및 배정 결정에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증원을 결정했고 대학별 교육 여건을 확인해 배정했다”며 반박했다.

● “증원-배정 근거 소명” vs “밀실 야합 논의”

양측의 주장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건 2000명 증원 결정에 근거가 있는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연구보고서 3개가 모두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을 예측했다”며 “이를 토대로 증원 시기와 방식을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발표 전 500명부터 3000명까지 증원 규모 추정치가 보도되는 상황이라 2000명 증원은 예측 가능했다”고도 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왼쪽)은 13일 의협 회관에서 "정부는 수천 장의 근거 자료가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3개뿐이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왼쪽)은 13일 의협 회관에서 "정부는 수천 장의 근거 자료가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3개뿐이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반면 이날 정부 자료 검증 결과를 발표한 김 회장은 “수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2000명은 올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유일하게 언급됐다”며 “국가 중요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인가”라고 반박했다. 이에 복지부는 “당시 보정심 위원 23명 중 19명이 2000명 증원에 찬성했고 의사 3명을 포함해 4명이 반대했지만 이들도 증원 취지에는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 과정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검증에 참여한 김종일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학교별 조사는 매우 형식적이었고, 배정 과정은 밀실에서 근거 없이 진행됐다”며 “몇십 분 만에 실사를 마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의대 40곳 중 26곳은 현장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교육부와 복지부는 이날 오후 긴급 합동브리핑을 갖고 “학교별 신청 규모를 기반으로 현재 교육 여건, 향후 투자계획, 지역필수의료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증원 규모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현장실사를 생략한 이유에 대해선 “자료가 충실히 왔기 때문에 자료와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계획을 확인했고 샘플링해 일부만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 16, 17일 중 항고심 결과 나올 듯

정부는 가처분 신청인의 자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법원 제출 자료에서 “신청인은 서울대 교수, 연세대 전공의, 부산대 학생, 수험생인데 서울대 연세대는 증원이 안 이뤄졌고 부산대는 내년도 모집인원이 38명 늘어 재학생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근거가 없다. 수험생은 개별 의대에 입학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사단체 측에선 “증원으로 이익이 생기는 대학 총장이 소송을 제기할 리 없다. 교수, 전공의, 의대생이 원고 자격이 없다면 누가 극단적 정책 추진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반박했다.

항고심 결정은 16, 17일경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정부가 추진하던 의대 증원은 당분간 중단된다. 박 차관은 “인용 결정이 나면 즉시 항고해 대법원 판결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 판결까지 2, 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본다. 기각 시에는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된다. 이 경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복귀 가능성이 더 희박해지면서 내년 전문의 배출 중단 등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자료공개#재판 방해#의료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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