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매코널 “11월 사임”… 공화당 ‘美우선주의’ 강화될듯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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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최장수… ‘고립주의’와 대척점
후임 거론 인사들은 “트럼프 지지”
동갑 바이든, 고령리스크 불거질 듯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8일 “올해 11월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후 워싱턴 의회를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8일 “올해 11월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후 워싱턴 의회를 걸어나오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국 상원 역사상 최장수 원내대표 기록을 가진 공화당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11월 직을 사퇴하고, 차기 지도부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공화당 정통 보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고립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념적 대척점에 있다. 이런 매코널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친(親)트럼프 인사가 새 원내대표에 오르면 공화당의 ‘미국 우선주의’ 색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코널 대표는 지난달 28일 공화당 주류가 존경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언덕 위 빛나는 도시(shining city on a hill)’를 언급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국이 전 세계에 ‘희망의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표현을 즐겨 썼다. 방위비를 더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용도로 풀이된다.

매코널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불복,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줄여 중남미 불법 이민자 대책에 쓰자”고 주장하는 친트럼프 성향 의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날도 “자유세계의 지도자로서 미국이 수행하는,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두고 갈등하지 않겠다”며 트럼프 측을 겨냥했다.

그의 사퇴로 공화당과 의회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악력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미 권력 서열 3위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매코널 원내대표의 후임자로 거론되는 팀 스콧 상원의원 등은 모두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또 다른 친트럼프 인사 맷 개츠 하원의원은 매코널 원내대표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공화당의 앞날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1942년생인 매코널 대표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변호사 출신으로 법무부 차관보를 지냈고 1985년 상원에 입성해 2007년부터 17년간 공화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1993년 결혼한 두 번째 부인은 대만계인 일레인 차오 전 교통장관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해 3월 넘어져 입원했고 이후 두 차례 기자회견 중 돌연 말을 멈추고 수십 초간 멍한 상태로 있는 모습을 보여 건강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의 사퇴로 동갑내기인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건강검진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건강하고 활동적인 남성’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치 매코널#사임#고립주의#바이든#고령리스크#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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