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시대 신시장 선도하려면 민관 협력해 표준 선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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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술표준원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좌담회

탄소중립 표준화 논의를 위해 모인 산·학·연 전문가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가운데), 인하대학교 강홍윤 교수(맨 왼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상목 원장(왼쪽 두번째), 두산에너빌리티 정연인 부회장(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서영진 상무(맨 오른쪽)가 28일 오후 잠실 소피텔 엠베서더에서 열린 탄소중립 표준화 전문가 좌담회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탄소중립 표준화 논의를 위해 모인 산·학·연 전문가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가운데), 인하대학교 강홍윤 교수(맨 왼쪽),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이상목 원장(왼쪽 두번째), 두산에너빌리티 정연인 부회장(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서영진 상무(맨 오른쪽)가 28일 오후 잠실 소피텔 엠베서더에서 열린 탄소중립 표준화 전문가 좌담회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심각하게 여기는 경제 문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했으며 2030년대 전반기까지 1.5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기온 상승 폭 1.5도는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수치다.

선진국은 탄소중립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은 기후변화 이슈를 활용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수입 제품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이를 자국 제품과 비교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고 있다. 전기전자 제품 탄소배출량 제한과 자원효율성 평가 등을 의무화하는 에코디자인 지침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탄소중립 관련 산업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50 탄소중립 선언 및 기본계획 수립 같은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성공적인 정책이 이행되려면 표준의 역할이 중요하다. 표준은 글로벌 규제 이행 기준인 탄소배출량 산정, 자원효율성 평가 방법 같은 세부 내용을 규정한다. 또 표준은 탄소중립 달성에 요구되는 새로운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려면 신기술에 대한 성능 요구와 시험 방법 등의 표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규제나 신기술 표준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따라서 국제 표준 제정을 선도하는 것은 글로벌 탄소중립 시장을 선점하는 중요한 첫 단계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원장 진종욱)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앰배서더서울 호텔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포럼 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전문가 좌담회와 함께 ‘탄소중립 녹색성장 표준화 전략 2.0’이 발표됐다.

좌담회에는 진 원장을 비롯해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서영진 삼성전자 상무,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강홍윤 인하대 순환경제환경시스템전공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에게서 탄소중립 시대 표준의 역할과 대응 방안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주요 내용.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표준은 글로벌 탄소 규제 이행의 세부 기준. 글로벌 신시장 선점하려면 국내외 네트워크 활성화해야”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표준은 글로벌 탄소 규제 이행의 세부 기준. 글로벌 신시장 선점하려면 국내외 네트워크 활성화해야”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전략 2.0’의 주요 내용과 추진 배경은….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국가기술표준원은 2021년 11월 탄소중립 정책 지원을 위해 ‘2050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을 수립했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국제 환경규제를 신설 및 강화하고 탄소중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원자력발전, 수소 같은 무(無)탄소 에너지를 포함한 저(低)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해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또 한국형 100대 핵심 기술을 선정하고 저탄소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글로벌 탄소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계 요구를 적시에 반영하기 위해 기존 표준화 전략을 고도화한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전략 2.0’을 세웠다. 글로벌 탄소 신(新)시장 선점 및 진출 지원을 목표로 표준 150종 개발, 국제 표준 500종 도입, 인증 기준 20종 개발 정비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탄소규제 대응력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표준 개발 대상을 확대하며 탄소중립 표준화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표준화 전략은 초안부터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다.

강홍윤 인하대 교수 “디지털제품여권 등 글로벌 공급망 탄소 규제 확산. 공급망 데이터 수집-디지털 표준화 적극 참여해야”
강홍윤 인하대 교수 “디지털제품여권 등 글로벌 공급망 탄소 규제 확산. 공급망 데이터 수집-디지털 표준화 적극 참여해야”
―최근 EU는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 실현를 위한 디지털제품여권(DPP) 및 에코디자인 같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효과적인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강홍윤 인하대 교수=디지털제품여권은 EU에서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여권과 유사한 번호를 부여하고 QR코드 등으로 등록, 관리하는 제도이다. 등록해 관리하는 정보에는 원자재 공급, 유통 관련 정보뿐 아니라 제품 내구성, 재활용 및 수리 가능성, 재활용 원재료 비율, 환경 발자국 같은 지속가능성 정보가 포함된다. 우리 기업이 EU DPP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데이터를 수집하고 디지털화를 위한 표준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정보 축적 및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조업체들이 중요시하지 않던 제품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더욱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즉, 제품 설계 단계에서 업그레이드와 수리 및 유지 보수 가능성, 자원효율성, 재사용·재제조 용이성 및 재생원료 함유 정도에 대한 관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서영진 삼성전자 상무 “EU, 스마트폰 등의 에코디자인 강화하는 추세. 글로벌 경쟁력 제고 위해서는 국제 표준 선점 중요”
서영진 삼성전자 상무 “EU, 스마트폰 등의 에코디자인 강화하는 추세. 글로벌 경쟁력 제고 위해서는 국제 표준 선점 중요”
▽서영진 삼성전자 상무=최근 EU는 스마트폰, 청소기, 건조기 에코디자인 지침을 제정·개정하면서 기존 에너지효율 외에 자원효율성 요건을 새로 도입했다. 향후 다른 제품군 에코디자인 지침에도 관련 요건을 추가할 계획이다. 제품 자원효율성 규제 실행에 필요한 EU 표준을 제정하고 이를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어 글로벌 전기전자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이 EU 에코디자인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첫 단계는 관련된 국제 표준 제정 과정에 우리 기업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자원효율성 표준화를 발빠르게 준비해 국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삼성전자도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포럼의 에코디자인 분과 작업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표준화 작업 결과물이 향후 국제전기기술위원회 환경분과(IEC TC 111) 표준으로 제정되도록 노력하겠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이슈는 기업 생존과 연결. 무탄소 에너지 시스템 경쟁력 강화 위한 정책 필요”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이슈는 기업 생존과 연결. 무탄소 에너지 시스템 경쟁력 강화 위한 정책 필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점 분야와 효과적인 지원 방안은….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부회장=국제 이슈인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수소 같은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EU도 이런 맥락에서 탄소중립산업법(NZIA) 최종안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안에는 풍력,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외에도 소형모듈원전(SMR) 같은 원전 기술도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에 포함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받을 전망이다. 무탄소 에너지 시스템은 대형 원전, SMR, 해상 풍력 등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고 남는 전기는 수전해(水電解·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것)로 청정 수소를 생산해 각종 산업 및 운송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무탄소 에너지 시스템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히 SMR 설계 기술과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22년 12월 민관 합동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포럼’을 출범했다. 이 포럼을 통해 산학연(産學硏)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표준 개발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무탄소 에너지 신기술이 계속 개발될 것이다. 신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연계해 우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국제 표준에 반영한다면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시대에 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올 것이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혁신적 에너지 전환과 탄소 다배출 업종 공정 혁신이 중요. 자원 효율성과 순환성 제고  위한 기술 확보 절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혁신적 에너지 전환과 탄소 다배출 업종 공정 혁신이 중요. 자원 효율성과 순환성 제고 위한 기술 확보 절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최근 정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 후속 조치로 기술 수준과 투자 기간을 고려해 에너지 전환, 산업, 수송·교통, 건물·환경을 비롯한 17개 중점 분야 탄소중립 핵심 기술을 선정, 발표했다. 그리고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같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상용기술 확보를 목표로 ‘탄소중립 기술 혁신 전략 로드맵’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 2.0과 연계해 핵심 기술 상용화 지원 강화가 필요한 분야는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수소 환원 제철, 저탄소 시멘트 생산을 위한 연료 및 원료 대체, 탄소 포집·수송·저장·활용 등이라 할 수 있다. 제품 전 과정의 자원효율성과 순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고 주요 부품 및 산업 기계와 설비를 재(再)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국제 표준을 선점하고 표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진 원장=탄소중립 관련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제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국제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정책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2022년부터 운영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포럼을 통해 산업계의 표준 개발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부터 미국 독일을 비롯한 주요 선도 국가와 분야별 국제 포럼 운영 및 국제 표준 공동 개발도 적극 추진한다. 아울러 탄소중립 정부 정책 지원과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탄소중립·녹색성장 표준화 전략 2.0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하겠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탄소중립시대#신시장 선도#민관 협력#표준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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