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아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행”…의사들 막말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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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23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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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시의사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2.22. 뉴스1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서울시의사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의대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2.22. 뉴스1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가 연일 무리한 주장은 물론 과격한 언사까지 쏟아내고 있다. 의사 자질을 고등학교 성적으로 판단하거나 자신들의 상황을 매 맞는 아내로, 의대증원 발표를 성폭행에 비유하는 등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표현들로 고립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22일) 의협 의대증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정례브리핑에서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매 맞는 아내(의사)가 자식(국민) 때문에 가출 못할 거라고, 자식을 볼모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정부)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증원 의지가 강한 현실을 꼬집겠다는 표현이라 해도 이미 대다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 의료대란이 펼쳐진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여성들의 현실을 부적절하게 인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게다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 2차 의대증원 저지 궐기대회 발언에 나선 좌훈정 의사회 정책이사·대한일반과의사회장은 “야,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나이가 비슷하니까 반말할게”라며 “네 말대로면 회의했다고 네 맘대로 해야 한다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을 해도 된다는 얘기야”라고 언급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어 “내가 피를 보고, 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 있어도 네 옷을 벗길 거다”라고도 했다. 아무리 의대증원에 격분했다 하더라도 의사 단체 임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이 나온다.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수술·시술·검사·입원 등 정상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 뉴스1
22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로비 전광판에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수술·시술·검사·입원 등 정상진료 차질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2.22. 뉴스1

지난 2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적으로 근무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고 말했다.

또한 “지역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데도 의대를 간다”고 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의사 자질이 고교 성적으로 판가름난다는 등 비뚤어진 ‘엘리트주의’를 드러낸 발언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양측이 강대강으로 충돌하고 있어서, 감정적인 언어를 강도 높게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우리 사회, 의료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양자가 서로 머리를 맞닿아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절대하지 말아야 해야 말이나 비유가 있는데,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감정적, 자극적인 언어로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면서 양측 중재자로 의학계 또는 사회 원로 그룹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이동욱 회장의 ‘반 20~30등 의사’ 발언을 두고 “지역인재 전형은 지역의 소중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제도”라며 “실력 없는 의사를 만드는 제도로 폄하하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사단체 발언들과 관련해선 “국민 정서와 매우 동떨어졌다. 국민 위에 의사가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도를 넘는 언행을 이제 그만 멈춰 주길 바란다. 이런 발언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많은 의사들의 명예까지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원하는 의사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 그 곁을 지켜주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를 수 있는 의사다. 좋은 교육과 좋은 실습이 이뤄지고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분명한 생각들이 정립돼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가 국민이 원하는 좋은 의사”라고 호소했다.

박 차관은 “의사단체의 엘리트 지위와 특권의식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의사단체는 대한민국의 그 누구도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며 집단행동 종료를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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