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사회초년생 목숨 앗아간 음주 뺑소니 20대, 항소심서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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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2월 15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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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7일 오전 7시 29분경 울산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들이받는 20대 남성의 차량.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4월 17일 오전 7시 29분경 울산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들이받는 20대 남성의 차량.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출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회초년생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한 음주운전자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5일 울산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박원근)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10년이던 원심을 깨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17일 오전 7시 29분경 울산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 B 씨를 차로 들이받은 뒤 그대로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지인들의 만류에도 혈중알코올농도 0.152%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그는 사고 직후 도주했다가 몇 분 뒤 돌아와 현장을 잠시 지켜본 후 다시 차를 몰고 떠났다.

피해자 B 씨는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으나 24일 뒤 결국 숨졌다. B 씨는 사건 발생 3개월 전 어린이집에 취직한 사회초년생으로, 출근길에 변을 당했다.

1심 법원은 “유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 씨 측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 씨가 음주운전 과정에서 신호 위반까지 했고 곧바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등 태도가 불량하며 유가족 등이 계속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A 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공탁금을 낸 점과 다른 유사한 사건 선고 형량 및 형평성 등을 고려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직후 법정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유가족을 향해 양해를 부탁하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아버지를 증인으로 불러 입장을 들어봤고, 슬픔이 극심한 것을 재판부가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에게 어떤 중형을 선고해도 유족들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시게 할 수 없다는 점,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 사유도 참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히 유사한 판결 양형을 모두 조사했다”며 “유가족 입장에선 만족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재판부 입장에선 결코 가벼운 판결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유가족은 선고 후 법정에서 나와 “6000∼7000명이 엄벌 탄원에 동참했다”며 “감형을 이해할 수 없고 음주운전 처벌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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