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1시간 사이 3대 떴다…캠프 험프리스 ‘평온 속 긴장감’

  • 뉴스1
  • 입력 2024년 1월 20일 1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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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 평택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PAC-3 MSE)의 발사대가 배치돼 있다.2024.1.17/뉴스1 ⓒ News1
지난 17일 경기도 평택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PAC-3 MSE)의 발사대가 배치돼 있다.2024.1.17/뉴스1 ⓒ News1
지난 17일 낮 경기 평택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선 불과 1시간 사이에 RC-12X ‘가드레일’ 정찰기 3대가 잇달아 이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RC-12X는 주한 미 8군 예하 501정보여단 3정보항공탐색분석대대 소속으로, 신호정보(SIGINT)를 수집하는 항공기이다. 미사일 발사 준비 신호와 북한군의 교신 등을 파악하기 위한 대북감청 임무에 특화돼 있다.

RC-12X는 이날도 한반도 주요 지역 상공에 전개해 대북 경계·감시활동을 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20년 4월20일 당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신변이상설이 처음 보도된 날에도 하루에만 RC-12X 3대가 떠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살핀 바 있다. 이날의 동향은 주한미군이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엄중하고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RC-12X의 이날 비행은 북한이 지난 14일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하는 등 무력도발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시작된 지난해 8월 캠프 험프리스에서 정찰기 RC-12X 가드레일이 이륙하고 있다. 2023.8.21/뉴스1 ⓒ News1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시작된 지난해 8월 캠프 험프리스에서 정찰기 RC-12X 가드레일이 이륙하고 있다. 2023.8.21/뉴스1 ⓒ News1
북한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연속 서해 접경지역에서 포사격을 감행했으며, 이달 15일엔 ‘전쟁시 대한민국 완전 점령’을 포함하는 헌법 개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RC-12X가 잇달아 비행에 나선 이날에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배치돼 있는 미 공군의 RC-135V ‘리벳 조인트’ 전자정찰기 또한 한반도로 전개하는 등 한미 정찰자산들이 대북 감시를 했다.

북한이 새해 들어서도 무력도발을 계속하고 연일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탓인지, 이날 뉴스1이 찾은 캠프 험프리스는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긴장감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험프리스 비행장에서는 빗줄기 속에서도 AH-64E ‘아파치 가디언’으로 보이는 헬기가 임무수행을 위해 비행에 나섰고, UH-60 ‘블랙호크’를 의무후송용으로 개조한 헬기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중 아파치 가디언은 미 육군의 주력 공격형 헬기로서, 주로 적 지상 병력 살상과 경장갑차량 공격에 활용된다. 이 헬기의 최고 속도는 시속 365㎞, 전투 행동반경은 480㎞다.

기지 한편에는 미사일의 낙탄 지역을 예측해 종말단계에서 최대 40㎞ 거리까지 요격하는 패트리엇(PAC-3 MSE)의 발사대 여러 대가 배치돼 있었다. PAC-3 MSE는 PAC-3의 개량형으로, 명중률이 높아졌다.

경기도 평택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2024.1.17/뉴스1 ⓒ News1
경기도 평택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2024.1.17/뉴스1 ⓒ News1
이밖에도 험프리스에는 △M109A6 ‘팔라딘’ 자주포 △AN-TWQ-1 ‘어벤저’ 단거리 방공체계 △M1A2 SEP ‘에브럼스’ 전차 △M2A3 ‘브래들리’ 장갑차 △CH-47F ‘치누크’ 수송헬기 등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험프리스 내 체육관 4곳 중 규모가 가장 큰 슈퍼짐(super gym)에서는 주한미군 장병들이 근력 및 유산소 운동을 하는 등 체력단련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가 험프리스로 이전한 데 이어 2022년 11월 한미연합군사령부까지 함께하면서 주한미군은 1945년 광복 직후 서울 용산에 들어온 지 77년 만에 평택 시대를 열었다.

일제시대 때인 1919년 비행장으로 시작된 험프리스는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K-6라는 이름으로 미군의 비행장으로 활용됐다. 험프리스라는 명칭은 1962년 한국에서 임무수행 중 헬기 사고로 순직한 벤자민 K. 험프리스 준위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험프리스의 면적은 1467만7000㎡로 서울 여의도의 5.5배, 판교 신도시의 1.6배에 달하며, 기지를 둘러싼 철조망의 길이는 18.5㎞에 이른다. 차로 기지를 한 바퀴 둘러보려면 약 40분이 소요된다. 단일기지로는 해외 미군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이렇다보니 기지 안에는 셔틀 버스가 4개 노선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험프리스 측과 별도 계약을 맺은 한국 택시들도 기지 안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총 3만50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주한미군 1만5000여명 △그 가족과 군무원, 계약근무자 등 1만여명 △한미연합군사령부 한국 측 인원, 주한미군 배속 한국군지원단(KATUSA·카투사) 등 1만여명이다.

또한 험프리스에는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사와 유엔사, 한미연합사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인 미 제8군, 미 제2보병사단, 주한해병대본부 및 주한해군본부, 주한미특수전사령부 등이 주둔하고 있다.

험프리스는 ‘한국 안의 작은 미국’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의 주소가 미국 캘리포니아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카드를 제시하면 미국 달러로 결제돼 ‘해외승인’ 문자가 날아온다.

또 기지 안에는 아파트와 종합병원, 초등학교 2개(3개로 확충 중), 중학교, 고등학교, 종교시설 4개,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법원, 수용시설, 쇼핑몰, 영화관, 볼링장, 골프장, 박물관 등도 자리하고 있는 등 소도시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험프리스 기지 관계자는 “험프리스 기지로의 이전은 마무리 단계”라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 이후로 험프리스 기지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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