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대선 세계 최대 리스크…트럼프 재집권 시 北 핵 동결 받아들일 가능성 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8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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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 이언 브레머 회장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 동결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핵보유국화(化)로 한국에서도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가속화될 겁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55)은 “미 대선은 올해 세계가 맞을 가장 큰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라며 ‘트럼프 2.0(두 번째 임기)’이 한반도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1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신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염두에 둔 북미 ‘핵 직거래’ 도박에 나섰다. 이에 대해 브레머 회장은 “이런 남북관계 상황에선 동맹국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깨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지정학자로 ‘21세기 헨리 키신저’로 불리는 브레머 회장과의 인터뷰는 10일부터 여러 차례 이메일을 교환하며 서면으로 진행됐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55)
-올해 미 대선이 국제 질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한 마디로 세계 최대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는 한국 등 동맹국들의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동맹들은 장기적인 안보지원과 안정적인 경제·외교 관계에 있어 미국에 의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잃게 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한반도에 미칠 파장은?
“현 남북관계 상황 속에선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이 깨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질 수 있다. 더불어 한국 내에서 핵 억지력 개발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북한과 직접 협상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그는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 동결을 받아들일 수 있다. 북한의 핵보유국화로 한국에선 ‘자체 억지력(indigenous deterrent)’을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미관계는 전반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 한미관계는 역사상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새로운 집권 4년 동안에도 구부러질지언정 깨지진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한미일 3국 협력을 계승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부각되며 미국에선 한국의 자체 핵 개발 가능성을 ‘트럼프 리스크’로 꼽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임 연구원도 “트럼프의 승리는 북한의 도발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 내 독자 핵무기 보유에 대한 지지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대신 도발 억제에 초점을 맞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이 무력화된다. 북한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핵 직거래로 끌어내려 한국에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 선거를 겨냥한 북한의 도발 우려가 크다.
“북한과 러시아 등 ‘악당들의 축(Axis of Rogues)’은 미국의 전략적 혼란을 이용하기 위한 공격에 나설 것이다. 북한은 4월 총선을 맞는 한국을 분열시키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허위 정보 유포에 나설 수 있다.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들이다.”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우크라이나는 분단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가 국제적 지원을 잃을수록 점점 더 절박해져 리스크를 받아들이려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은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와 이라크의 극단주의 시아파 무장단체들로 확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대만 선거는 미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특히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으로 최소 4년간 양안 대화의 기회가 사라지고 양안관계의 군사·경제·정치적 갈등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다.”

-‘인공지능(AI) 냉전’을 가장 먼저 주장했다. 한반도에 대한 시사점은?
“AI 무기는 세계 힘의 균형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AI는 핵무기처럼 다른 나라를 압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북한 등은 (핵무기처럼)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려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적대국들이 AI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올해 AI 국제규제 논의가 본격화된다. 한국은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AI 규제 논의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은 규제보다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AI와 관련한 위기가 닥쳤을 때 이런 노력들이 위기 대응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충분한 모멘텀이 될 수 있길 기대할 뿐이다. 선도적 기술 국가인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독재국가들이 AI를 악용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AI 안전성 정상회의 개최가 ‘글로벌 사우스(신흥국)’로 참여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언 브레머(55):
△미 툴레인대 졸업,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박사
△후버연구소 최연소 선임연구원
△컬럼비아대·뉴욕대 교수
△유라시아그룹 설립
△저서: ‘J커브(2006)’,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2011)’, ‘우리 대 그들: 세계화의 실패(2018)’, ‘위기의 힘(2022)’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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