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생물자원관, 차세대 항생제 개발을 향한 도전[기고/황일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0일 1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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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유전자원실 이학박사.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황일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유전자원실 이학박사.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2017년 미국에서 여러 약제에 대한 내성을 지닌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과 장내세균(Enterobacterspp.)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감염균이 여러 약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되는 현상을 ‘다제내성(Multidrug resistant, MDR)’이라고 한다. 실제 다제내성균에 의한 문제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주로 항생제를 처방했던 피부 및 연조직 감염증의 원인균인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Acinetobacter baumannii), 녹농균(Pseudomonasaeruginosa)을 더 이상 기존 항생제로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 2월에는 서울의 모 병원 입원 환자가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에 감염돼 역학조사를 실시했는데 팬데믹 기간 과도한 항생제 처방으로 인해 5년간 슈퍼 박테리아 환자 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항균제를 개발 중이지만 다제내성균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2013~2017년 동안 5종의 항생제만 승인됐을 정도로 새롭게 개발되는 항생제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신규 항생제, 항생제 대체제 및 약물전달기술개발과 같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차세대 항생제 및 항생제 대체제 연구개발 상황
현재 국내에서는 다제내성균 치료제 혹은 항생제 대체제 개발을 위해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일까? 치료제 연구 개발업체 펩토이드는 슈퍼항생제 화합물로 양친매성 후보물질 ‘PCN1801(개발코드명)’을 이용해 항생제 다제내성균 치료 후보물질을 도출 중이다. 또 다른 기업인 마이크로바이오틱스는 항균제 내성균 감염증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유전자원실 연구진은 해양무척추동물에서 슈퍼 박테리아를 억제할 수 있는 신규 항균 펩타이드(antimicrobial peptides, AMPs) 3종을 발견했고, 강한 항(진)균활성을 증빙함으로써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로의 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낙지를 활용한 항균 펩타이드 연구 과정.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낙지를 활용한 항균 펩타이드 연구 과정.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항균 펩타이드의 잠재적 활용성
항균 펩타이드는 모든 생물체가 지닌 고유 선천성 면역의 일종으로 50개 미만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크기의 펩타이드다. 면역체계의 필수 요소로서 ‘숙주 방어 펩타이드’라고도 불린다. 생체 친화적이고 기존 항생제 대비 항균력이 뛰어난데다 내성이 거의 없어 슈퍼박테리아에도 강한 차세대 항생제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다.

항균 펩타이드는 다른 작용기작을 가지는 항생제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제내성균 관련 질병 치료를 위한 새로운 다기능 치료 후보물질로 의·약학 분야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항균 펩타이드의 내성균 막 형태 변형 효능.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항균 펩타이드의 내성균 막 형태 변형 효능.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항균 펩타이드의 한계점 및 해결과제
2027년까지 전세계 항균 펩타이드 시장 규모는 5억 3932만 달러(약710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항균 펩타이드 기반의 후보 약물 대부분은 체내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표적 기관으로의 전달 및 작용에 한계가 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균 펩타이드와 생분해 천연고분자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일례로 키토산은 생체적합성, 항미생물성, 저독성, 생분해성과 같은 특징이 있어 DNA, 단백질, 펩타이드와의 결합을 통해 제어 약물 방출 전달체로 기능할 수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나노캡슐화된 천연 항균 펩타이드 연구
최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항균 펩타이드를 키토산으로 캡슐화한 나노입자 복합체를 제조하는 기술로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캡슐화한 항균 펩타이드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며 임상 현장에서 site-specific 약물 전달, 부작용 최소화, 약물 효능 극대화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앞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차세대 항생제 대체제 연구개발의 끊임없는 진화를 기대하는 바이다.



황일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유전자원실 선임연구원(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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