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 스님 “‘직지’는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0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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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직지’ 를 강연한 범종 스님. 그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점도 있지만 직지의 진정한 가치는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은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입니다.”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이 열렸다. 7월 16일까지 열리는 이 특별전의 백미는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 직지 실물이 공개된 것은 1973년 이후 50년 만이다. 현지에서 직지와 한국불교의 인쇄문화유산을 강연한 대한불교조계종 범종 스님(총무원 사회부장)은 “직지(直指)는 ‘마음을 바르게 보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라는 뜻”이라며 “특정 종교 여부를 떠나 인류를 행복한 삶으로 안내해주는 훌륭한 지침서”라고 말했다.

―불경은 물론이고 수많은 불교 관련 책 중에 직지를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이라고 꼽은 이유는….


“불교에는 법맥(法脈)이라는 게 있다. 깨달은 법을 전하는 계보를 말하는데 인도에서는 이 법맥이 석가모니부터 시작해 28조(祖)인 달마(보리달마·菩提達磨)로 이어졌다. 달마가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의 선종 법맥이 생겼고, 우리나라에도 전승돼 고려 때 지공 선사(?~1363), 나옹선사(1320~1376)로 계승됐다. 그 지공 선사의 제자 중 하나가 직지를 편찬한 백운스님(1298~1374)이다. 직지를 한국 선불교의 자부심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정통 법맥을 이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강연을 직지 내용이 아닌 심우도(尋牛圖)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던데….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10단계를 야생 소를 길들이는 과정으로 비유해 그린 그림이다. 여기서 소는 누구에게나 있는, 하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불성(佛性)을 말한다. 심우(尋牛)는 그 소를 찾기 위해 산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헤매다가 견적(見跡·소의 발자국을 발견), 견우(見牛·소를 발견), 득우(得牛·소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등으로 이어진다. 바로 직지 내용부터 설명하면 프랑스 청중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쉽게 접근하려고 그림으로 설명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당신은 몇 단계인가) “하하하.”

범종 스님이 13일(현지 시간)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직지’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범종 스님 제공

―프랑스 청중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든가. 질문도 받았을 텐데….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면서도 왜 금속활자보다 목판 인쇄가 더 많이 발달했냐고 묻더라.” (이유가 뭔가) “한자 문화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마문자는 26자고 그걸 조합해 쓰기 때문에 활자를 만들기 쉽다. 반면 한자는 수만 자에 이른다. 그 많은 글자를 하나하나 주물로 만들어 쓰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만약에 고려 시대에 한글이 있었다면 우리가 서양보다 더 금속활자 문화가 꽃피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그리고 혹시 직지 상권이 한국에 남아있냐는 질문도 있었다.”

―상·하권 중 하권만 남아있다고 알려졌는데….

“2007년 국내 도굴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도굴꾼 하나가 수감 중에 언론사에 편지를 보냈다. 각각 서울 봉원사와 경북 안동 광흥사의 복장유물(불상 등의 내부에 안치한 유물)이었던 직지 상권 2권을 자신이 과거 훔쳤다는 내용이다. 당시 좀 기사화가 됐는데 그걸 전해 들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게 절도 사실은 확인이 됐는데, 절에서도 피해를 당하기 전까지는 열어본 적이 없으니 실제로 안에 뭐가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당시 검찰과 국가정보원까지 나서서 조사했는데 아직도 실체가 확인된 건 없다.”

―프랑스 강연은 어떻게 맡게 된 건가. 직지와 연이 좀 있나.

“그 광흥사 주지가 전데…. 하하하. 당시에도 광흥사에 있었기 때문에 검찰에 나가 증언도 하고 관련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꼭 그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직지에 관해 공부도 하게 됐고… 그런 인연이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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