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끝이 저릿저릿… 문제는 혈액순환 아닌 ‘말초신경병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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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노동-당뇨병 등으로 발병
통증-마비-근위축 나타날 수 있어

박수연 원자력병원 신경과 과장이 손저림으로 찾아온 환자의 손을 진료한 뒤 신경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병원 제공
박수연 원자력병원 신경과 과장이 손저림으로 찾아온 환자의 손을 진료한 뒤 신경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전도검사를 하고 있다. 원자력병원 제공
기온이 떨어지면서 손발 저림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보통 손발 저림은 혈액순환 장애를 떠올리기 쉽지만 말초신경병증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신경계는 크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으로 나뉜다. 말초신경병증은 팔다리를 비롯한 몸 전체에 나뭇가지처럼 퍼져 있는 말초신경계의 손상으로 생긴다. 말초신경의 감각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촉각이 둔해지거나 저리고 가벼운 접촉에도 통증이 심해진다.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마비 증상이나 근위축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경의 손상 부위에 따라 질환 형태도 다양하다. 하나의 신경만 손상되는 단일신경병증은 한쪽 팔이나 다리에 부분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손목터널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손가락이 저린 증상을 호소하며 손이나 손목에 무리가 가는 일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서 흔하다.

전신의 말초신경이 손상되는 다발성신경병증은 증상이 양손, 발가락 끝에서 시작해 점차 팔다리 전체로 진행된다. 나중엔 통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다. 항암제, 면역체계 이상, 알코올의존증, 영양 결핍 등으로도 생길 수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원인과 증상이 제각각이라 진단이 어렵다. 발생 부위가 어디인지,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 동반되는 증상이 있는지 등 진행 경과를 살피고 다른 신경계통 의심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신경근전도검사, 신경초음파검사 등으로 손상된 신경 부위를 파악하고, 말초신경병증으로 진단되면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한다.

원인에 따라 말초신경병증의 치료법은 다양하다. 당뇨병, 만성신부전 등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 원인이라면 원인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자가면역질환 때문이라면 각 질환의 원인에 따라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면역글로불린 등을 투여해 치료한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원인이면 금주를 실천하고, 영양 결핍이면 적절한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박수연 원자력병원 신경과 과장은 “만성질환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은 완치가 어려워 치료를 주저하는데 증상 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말초신경병증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으로 초기에 치료받으면 재발이 적고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저릿저릿하거나 바늘로 찌르고 타는 듯한 느낌 등 증상이 나타나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한 번쯤 신경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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