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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이새샘]분양 늦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주택공급 반면교사로 삼아야

입력 2022-12-10 03:00업데이트 2022-12-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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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산업2부 차장이새샘 산업2부 차장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드디어 5일부터 올림픽파크포레온이라는 단지명으로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2020년 2월 착공했는데, 보통 착공 시점에 분양을 진행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얼마나 분양이 늦었는지를 알 수 있다.

재건축 사업에서 일반분양이 늦어진다는 말은 그만큼 금융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수분양자에게서 계약금 등을 받아 공사비를 조달할 수 없으니 이자를 내고 빌린 돈으로 아파트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에도, 시공사에도 모두 손해다. 그런데도 둔촌주공아파트 분양이 이렇게 늦어진 배경에는 바로 정부의 규제가 있다.

착공 직전인 2019년 12월 둔촌주공 조합은 분양가를 3.3m²당 3550만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관리를 명목으로 제동을 걸며 500만 원 이상 낮춘 3.3m²당 2978만 원을 분양가로 제시했다.

이듬해 7월로 예정된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이후로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야 하는 상황. 분양을 늦추면 땅값 등이 오르며 분상제하에서도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과, 사업을 빨리 진척시켜 금융비용 등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주민들이 나뉘었다. 분양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갈등 끝에 기존 조합 집행부는 새 집행부로 교체됐다. 그 과정에서 새 조합이 기존 조합의 공사비 증액 계약 등을 문제 삼은 것이 올해 4월 공사 중단 사태의 발단이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제때 분양했다면 어땠을까. 서울 강남권에 무려 1만2000채가 넘는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 단지가 생기는 것이다. 일반분양만 4700채가 넘으니 대단지 아파트 4개 규모에 해당한다. 2020년 서울 강동구 아파트 거래량은 1만1800건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그해 강동구 아파트 수요의 40%가량이 신축 분양으로 빠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2020년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는 단어가 회자될 정도로 20, 30대가 대거 아파트 매수에 나선 해이기도 하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이 2020년에 분양했다면, 물론 단기적으로 시장이 더 과열됐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폭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실제 일반분양가는 2019년 조합 분양가보다 비싼 3.3m²당 3829만 원이었다. 각종 규제로 서울 도심 공급이 끊긴 사이 집값이 너무 올라 조합이 ‘수혜 아닌 수혜’를 본 셈이다. 반면 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수급 불안의 고통은 모두가 나눠 받았다.

이제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 따른 공급 위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예측 가능한 공급이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첫 단추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서울 등 도심에서 신규 주택이 공급되려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외엔 방법이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둔촌주공 재건축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정부나 지자체가 다른 역할을 할 수는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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