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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파리의 겨울 녹이는 한중일 만두의 향연[정기범의 본 아페티]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입력 2022-12-01 03:00업데이트 2022-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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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 쇼텐의 만두 요리.하카타 쇼텐의 만두 요리.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어릴 때부터 진심으로 만두를 사랑했다. 커다란 뚜껑을 여는 순간 하얀 김을 뿜은 후 접시 위에 봉긋하게 서비스되는 분식집 만두를 상상하면 생각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어느 날, 이를 마음껏 먹겠다는 비뚤어진 생각에 학교 서무과에 갖다 낼 육성회비를 분식집 아저씨에게 냈다가 후에 발각돼 어머니께 종아리를 맞았던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아들의 변함없는 만두 사랑 때문일까? 35년 전 어머니께서 파리에 정착할 당시 집에서 만두를 빚어 주변 사람들에게 파셨는데 바스티유 오페라 단원들에게 알려져 프랑스 단골이 제법 생겼고 유학생과 한인들 사이에서 일약 ‘만두 엄마’로 불리기도 하셨다.

그만치 깊은 인연을 맺어온 나의 만두 사랑은 파리에 살면서도 진심이어서 나만의 만두집 리스트가 있다. 덩샤오핑이 프랑스 유학 시절에 단골로 찾았다는,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 레스토랑 ‘천하락원(Empire C´eleste)’은 일요일마다 한국 스타일의 물만두를 내놓아 원로 한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만두를 ‘원(one) 메뉴’로 하는 곳으로 일본인이 운영하는 파사주 데 파노라마의 ‘교자 바(Gyoza Bar)’와 우리나라 김광록 셰프가 운영하는 ‘만두바(Mandoobar)’ 같은 전문점은 간식 삼아 만두만을 즐기러 가는 장소다. 일본에서 ‘넘버 원’ 만두로 선정된 하카타 쇼텐(Hakata Shoten)은 라멘보다는 만두를 먹기 위해 간다.

최근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한 만두를 맛보고 싶을 땐 생마르탱 운하 지역에 문을 연 ‘그로 바오(Gros Bao)’가 최고다. 중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키치한 분위기에서 진한 육즙과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중국식 만두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나무 찜통인 샤오룽에 쪄내는 샤오룽바오를 즐기기 위해 긴 줄을 선 프랑스인들로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딤섬과 바오가 파리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곳은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얌차(yam‘Tcha)’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인 레스토랑 ‘아스트랑스’의 파스칼 바르보를 사사하고 홍콩에 살면서 제대로 된 아시아 차(茶)와 음식 문화에 심취해 요리를 체득한 아들린 그라타르가 운영한다. 얌차에서는 파인 다이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근처에 위치한 얌차 티 하우스로 가면 바오와 홍콩식 밀크티를 가볍게 즐길 수 있다.

7년 전 이탈리아 여행 중에 새해를 맞은 적이 있다. 볼로냐 지역의 음식인 만두 모양 파스타, 토르텔리니로 만둣국을 끓였다. 비너스의 아름다운 배꼽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이 작은 만두 비슷한 음식이 추운 겨울 여행자의 배 속을 따뜻하게 해줬다. 모양은 다르지만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만두는 특히 거의 매일 비가 내리는 서유럽의 지난한 겨울을 나기에 훌륭한 음식이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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