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을 기다리는 건, 너를 닮은 향기 때문일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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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아쿠아 디 파르마 ‘2022 홀리데이 컬렉션’
아쿠아 디 파르마 ‘2022 홀리데이 컬렉션’
《계피 가루를 잔뜩 얹은 달콤한 펌킨파이 냄새는 매서운 겨울바람도 물리곤 했다. 눈이 소복이 내린 오솔길 위에선 코끝을 스치는 소나무 향과 가죽장갑 냄새가 추위를 견딜 만하게 해줬다. 잠들기 전 포근한 이불을 덮고 따뜻한 코코아나 홍차를 마시던 기억 역시 저마다에게 ‘겨울의 향’을 각인시켰을 것이다.

따뜻한 향을 품어서라도 온기를 끌어모으고 싶은 계절이 왔다. 알싸하면서도 부드러운 겨울 냄새를 그리워한 이가 많았던지, 우디함과 스파이시함을 강조한 니치 향수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향긋한 봄내음보단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릴 적 맵게만 느껴지던 계피향이 커서는 두고두고 생각나듯 찬 바람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향기는 없게 될 것이다.

연말 선물을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벽난로 앞 안락의자가 떠오르는 향수부터 눈 덮인 숲이 생각나는 향수까지 다양한 ‘겨울의 향’을 소개한다. 조향사와 함께 최적의 향기를 찾을 수 있는 향수 편집숍과 향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보디케어 제품도 제안한다.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찬 바람이 불 때 누군가는 ‘그 향기’로 겨울을 추억하게 될지 모른다.》


아쿠아 디 파르마 ‘퀘르시아 디퓨저’
아쿠아 디 파르마 ‘퀘르시아 디퓨저’


이 겨울, 향기에 물들다


따뜻하고도 톡 쏘는 니치 향수 추천

따스한 연말의 추억을 향기로 담아내다


왼쪽부터 메모 파리 ‘플롬 오드퍼퓸’, ‘마두라이 오드퍼퓸’, 구딸 ‘뒤엘 오드퍼퓸’. 각 사 제공
왼쪽부터 메모 파리 ‘플롬 오드퍼퓸’, ‘마두라이 오드퍼퓸’, 구딸 ‘뒤엘 오드퍼퓸’. 각 사 제공
스웨덴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올겨울 ‘아이즈 클로즈드 오 드 퍼퓸’을 출시했다. 시각적 자극을 뛰어넘어 눈을 감아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가장 본능적이고 순수한 감정을 향으로 그려냈다. 안락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연상케 하는 앤틱한 향기가 특징이다. 시나몬과 카다멈 향으로 시작해 당근, 버터, 생강 향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한다. 베이스 노트를 이루는 파피루스, 파촐리가 강렬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로 마무리한다. 가격은 100mL에 35만 원.

메모 파리(MEMO PARIS)는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 도시 ‘플롬’에서의 따스한 기억을 구현한 향으로 겨울을 감싼다. 그헨 바가본즈 컬렉션 중 ‘플롬 오 드 퍼퓸’은 비터 오렌지, 클라리세이지, 시더우드 등을 조합해 부드럽고 활기찬 매력을 발산한다. 시간이 흐르면 올라오는 화이트 머스크와 통카빈, 바닐라팟 향기는 포근한 집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선사한다. 가격은 75mL에 35만 원.

구딸은 ‘홍차 향수’로 유명한 ‘뒤엘 오 드 퍼퓸’이 대표적인 겨울 향수다. 상큼하고 쌉쌀한 페티그레인 향을 시작으로 코를 톡톡 건드리는 넛맥의 스파이시 향을 아이리스가 부드럽게 감싸준다. 시간이 가며 담백한 차 향이 느껴지는데, 잔향에 가까워질수록 부드러운 가죽 향과 파우더리함이 더해진다. 또한 가이악우드를 중심으로 깊고 부드러운 잔향이 오래도록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가격은 100mL에 28만5000원.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이리스 오드퍼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이리스 오드퍼퓸’


겨울을 감싸안는 자연의 향기


왼쪽부터 디에스앤더가 ‘카우보이 그라스’, BDK ‘그리 샤르넬 오퍼퍼퓸’. 각 사 제공
왼쪽부터 디에스앤더가 ‘카우보이 그라스’, BDK ‘그리 샤르넬 오퍼퍼퓸’. 각 사 제공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의 ‘알 카시르’는 눈 덮인 신비로운 숲 향을 몸에 지닐 수 있게 해준다. 달콤하면서 우디한 샌달우드 향을 기반으로 제라늄, 카다멈 등 오리엔털풍의 스파이시한 향이 더해져 독특하고 미묘한 느낌을 연출해준다. 불리는 제품을 구매할 경우 상자에 이름 또는 간단한 메시지를 적어주는 캘리그래피 서비스를 제공해 연말 선물로 제격이다. 가격은 75mL에 23만 원.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는 연말을 맞아 ‘오 드 퍼퓸 오 로즈’를 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장미꽃 향기를 짙고 과감하게 표현한 제품으로 캐모마일, 리치, 아티초크가 조합돼 묵직한 잔향을 느낄 수 있다. 미세한 입체감을 띤 황금빛 장미꽃들이 딥티크 라벨 위에 수놓아져 매력을 더해준다. 12월 말까지 구매 가능하다. 가격은 75mL에 25만3000원.

뉴욕 기반의 브랜드 디에스앤더가에선 묵직한 우디 계열의 ‘카우보이 그라스’로 겨울바람을 가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말을 타고 달리는 서부 개척자의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한 제품이다. 싱그러운 세이지 브러시와 부드러운 백리향을 조합해 야생 초원이 뿜어내는 자유로운 감성을 담았다. 베이스로 사용한 베티버와 앰버그리스가 차분한 분위기를 더한다. 가격은 100mL에 32만9000원.

딥티크 ‘까루셀 캔들베이’
딥티크 ‘까루셀 캔들베이’


향수 편집숍에서 최적의 향 찾아내기


왼쪽부터 퍼퓸 프라팡 ‘1270 오드퍼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이리스 오드퍼퓸’. 각 사 제공
왼쪽부터 퍼퓸 프라팡 ‘1270 오드퍼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이리스 오드퍼퓸’. 각 사 제공
선물해줄 사람의 취향이 아리송하거나 내 취향을 나도 알 수 없다면 향수 편집숍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향수 전문 직원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향기를 발굴하는 즐거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리퀴드 퍼퓸바’는 2013년 파리의 명품거리 마레지구에 개점한 니치향수 편집숍으로 국내에선 올해 초부터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이 운영 중이다. 조향사 자격이 있는 전문 직원 ‘바맨’이 1시간에 걸친 상담을 통해 200여 개 제품 가운데서 개별 고객에게 맞는 최고의 향기를 추천해준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플래그십 매장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판교점, 더현대 서울, 무역센터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운영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10여 개 브랜드 중 올겨울에 주목할 만한 건 퍼퓸 프라팡이다. 1270년부터 최고급 코냑을 제조하고 있는 프라팡 하우스가 2008년 선보인 브랜드로 포도, 너도밤나무 등 코냑 원재료로 향수를 제조한다. 대표 제품인 ‘프라팡 1270 오드퍼퓸’은 성별에 관계없이 어울리는 향수로 프레셔스 우드의 풍부함과 화이트 허니, 스윗 바닐라 향이 어우러져 코냑을 마시는 듯한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가격은 100mL에 23만9000원.

조보이는 조향사 프랑수아 헤닌이 2010년 선보인 니치 향수 편집숍으로 LF가 국내에 들여왔다. 자체 브랜드 조보이, 제로보암을 포함해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한 세계 각국의 니치 향수를 소개한다. 매장에선 전문가가 브랜드를 넘나드는 최상의 향기 조합을 제안해준다. 고유 원료에 대한 설명, 향수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기본이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라움 이스트에 입점돼 있다.

이곳에 방문하면 꼭 시향해봐야 할 제품은 조보이의 ‘리멤버 미’다. 이름처럼 한번 맡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향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우윳빛 구어망드 노트에다 베르가모트, 생강, 바닐라 향이 보태져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밀크티 향을 연상케 한다. 흔하지 않지만 부드럽게 감기는 향으로 성별 구분 없이 추운 날씨에 뿌리기 최적이다. 가격은 100mL에 25만 원.

조보이 ‘리멤버 미’
조보이 ‘리멤버 미’


보디케어 제품으로 향기를 더 풍성하게


왼쪽부터 바이레도 ‘데로스 산토스 보디워시 앤 로션’,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 ‘윌 앙띠끄 보디 오일’, 산타 마리아 노벨라 ‘로사 가데니아 보디워시 앤 로션’. 각 사 제공
향수와 레이어링해 쓰기 좋은 보디케어 제품을 함께 선물하는 건 어떨까. 보습력을 높여 향수가 지속되는 시간을 늘려주는 효과도 있다. 바이레도의 ‘데 로스 산토스 보디워시 앤 로션’은 신선한 세이지와 미라벨이 조화를 이루고 중독성 있는 과일향이 더해져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가득 느껴지는 감각적인 패키지는 더욱 근사한 연말 선물을 만들어 준다. 가격은 보디워시 6만6000원, 보디로션 8만5000원이다.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에선 ‘윌 앙띠끄 보디 오일’이 대표적이다. 멕시크 튜브로즈, 리켄데코스, 다마스크로즈 등 총 11가지의 다양한 향기로 구성됐다. 향수와 향조를 맞추거나 엇비슷한 향조를 택해 더 풍부한 향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바르자마자 빠르게 흡수돼 끈적임 없이 마무리되는 제형이 특징이다. 190mL에 8만9000원.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선보인 ‘로사 가데니아 보디워시 앤 로션’은 꽃의 여왕인 장미와 가데니아의 부드러움이 만나 탄생했다. 보디로션은 올리브 오일, 시어버터 추출물 등을 함유해 건조한 몸에 풍부한 영양과 보습감을 채워준다. 가격은 보디워시 6만2000원, 보디로션 8만5000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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