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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견제받지 않는 지방권력’ 이재명은 알고 있었다

입력 2022-11-24 00:00업데이트 2022-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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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권력 부패 관련 2005년 석사논문
“중앙과 달리 지자체는 감시 없어 문제
인허가·용도변경 등으로 선거비용 조달”
남들이 이 비밀 알까 봐 논문 반납했었나
2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이재명 대표가 입장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제야 ‘지방권력 사유화’라는 본질을 파악한 듯하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수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22일 검찰 관계자는 “지방자치 권력을 매개로 민간사업자와 유착관계를 만들어 거액의 사익을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그 막강한 권한을 괜히 가졌을 리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어서 갖게 된 힘이다. 검찰이 비로소 이재명 조사의 필요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참 징글징글하게 늦었다. 이재명은 2005년 성남시민모임 활동을 할 때 쓴 경원대(현 가천대) 행정대학원 석사논문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진작 이를 밝혀냈다. 견제받지 않는 지자체 권력, 사유화한 지방권력.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국가권력의 사유화 아니었던가.

이재명이 작년 말 대선 과정에서 “인용 표시를 다 안 해 석사논문을 반납했다”고 했을 때 웬일인가 싶긴 했다. 대선 뒤 가천대가 핵심 내용엔 문제가 없다며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바로 그 ‘핵심’을 감추고 싶어 극구 논문 반납을 강조했다면, 우리는 이재명에 대해 많은 걸 짐작할 수 있다. “지방정치 과정에서 부패는 중앙정치와 달리 극복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재명은 논문 2쪽에 이렇게 썼다. ‘중앙의 경우에는 탄핵이나 해임 등 제도적 견제장치가 존재한다.’ 대통령은 아무리 제왕적이라 해도 언론과 의회의 매서운 감시와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게 못마땅해 도어스테핑도 중단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너무나 자유롭다. 대장동도 2021년 8월 31일 한 지방지에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 칼럼이 나올 때까진 이목을 끌지 못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형사상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견제 수단도 없는 게 현실’이라는 거다. 지방의회는 시녀에 불과하고 중앙정부도, 언론도, 시민단체도 막강 지방권력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똑똑한 이재명은 2005년에 벌써 알아버렸다.

석사논문을 쓰며 파악한 숱한 부패 수단을 2010년 성남시장이 돼 활용하기 시작했다면, 슬픈 일이다. ‘지방정치 부패는 주로 당선이나 재선을 목표로 선거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특혜를 주거나 권한을 행사한다’며 이재명은 인허가·용도변경, 인사권·공유재산 처분과 지역개발 수단까지 두루 나열해놨다. 심지어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 씨가 2011년부터 관용차(체어맨)까지 탔는데도 비판받지도 않고 넘어간 것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울고 갈 일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선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냄새가 난다. 검찰은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A 씨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재명과 정진상이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유동규가 사장 노릇을 한 것처럼 성남시 정책실장일 뿐 성남FC에선 아무런 직함도 없는 정진상이 사실상 사장 노릇을 하며 광고도 유치하고 해외 출장도 다니며 성과급도 챙겼다는 것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최근 서민 단국대 교수와 함께 쓴 책 ‘맞짱: 이재명과의 한판’에서 “이재명의 문제는 이렇듯 공적 조직을 무시하고 측근들이 중심이 된 정치를 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이런 이가 나라를 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오싹하다는 거다.

문제는 이재명이 논문에 썼다시피 지자체장의 부패가 대개 합법적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저리도 당당하게 당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겠지만 지자체장의 경우 뇌물 수수 등 명백한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런 현실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형석 감사원 감사연구원 연구관은 2021년 논문에서 “지방공무원의 잘못을 밝히기엔 어려움이 많고 공무원 스스로도 잘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이 대선 후보로 나왔기에 불거졌지, 다른 지역에선 문제가 있더라도 묻히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이재명은 논문 말미에서 오늘을 내다본 듯 “힘겹게 적발해 낸 지방정치 비리사범을 양형 및 집행 과정에서 비호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대로 민주당이 제발 정신 차려주길 바란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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