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논란 日 데라다 총무상 사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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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경질… 한달새 장관 3명 낙마
후임에 이토 히로부미 후손 유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0일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진 데라다 미노루(寺田稔·사진) 총무상을 경질했다고 NHK 방송이 보도했다. 기시다 내각에서 한 달 새 장관 3명이 도미노처럼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취임 이래 연일 최저 수준 지지율을 경신하는 기시다 정권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기 개각까지 거론된다. 기시다 총리는 “깊이 사과드린다. 임명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데라다 총무상은 지역구 후원회 정치자금 보고서에 2019년 숨진 회계 책임자 이름을 3년여간 그대로 기재했다. 또 한 정치단체에서 빌린 1250만 엔(약 1억2000만 원)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는 등 정치자금 관리 문제가 드러나 경질 여론이 커졌다.

전날까지 데라다 총무상은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 내에서 21일 시작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조치(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졌고 결국 이날 사표를 냈다. 앞서 기시다 총리가 “어떻게 할지 총리로서 판단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질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위기관리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시다 내각에서는 통일교 연루 의혹이 불거진 야마기와 다이시로(山際大志郞) 경제재생상, “사형 도장이나 찍어야 뉴스에 나온다”고 실언 파문을 일으킨 하나시 야스히로(葉梨康弘) 법무상 등이 최근 1개월 새 물러났다. 기시다 총리는 두 사람 모두 유임시키려 했지만 여론 압박과 여당 내부 비판에 떠밀려 ‘뒷북치기식’ 경질을 반복했다.

데라다 총무상 후임으로는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전 외상이 유력하다. 민주당 정권 각료였다가 자민당으로 옮긴 마쓰모토 전 외상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초대 조선통감 외고손자다. 모친이 이토 외증손녀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최근 지지통신 조사에서 27.7%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1월 정기국회 전 개각 가능성에 대해선 “난도가 높은 과제에 도전해 나가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총리로서 판단하겠다”며 조기 개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치자금 논란#데라다 미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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