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에 자폭드론 공급한 이란 추가 제재… 푸틴 잔혹성 규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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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희생에 국제사회 비난 봇물… 美 “이란의 드론 판매 증거 충분”
물자 공급 제3국도 제재 예정… 러는 이란製 자폭 드론 사용 부인
이란, 줄곧 공격형 드론 개발 몰두… NYT “美에 맞서려 러와 동맹 선택”

러시아가 이란 ‘자살 폭탄’ 드론(무인항공기)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격해 임신부를 비롯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자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서방은 전쟁범죄라고 규탄하면서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강력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그럼에도 미국에 적대적인 러시아와 이란 간 밀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18일에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10일부터 러시아 공격으로 발전 시설 30%가 파괴됐다. 이는 또 다른 유형의 테러”라고 비난했다.
○ 美, 이란-러시아 제재 정조준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자폭 드론’ 공격이 일어난 17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러시아가 전쟁범죄와 잔혹행위에 대가를 치르도록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제(製) 자폭 드론 공격으로 키이우에서 적어도 8명이 숨졌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이란 외교부가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보냈다는 뉴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드론 공급 사실을 부인하자 “이란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미 7월부터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 판매를 계획했고 (이를 구입한) 러시아가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에게 사용했다는 광범위한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와 이란의 무기 거래에 강력한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란에 무인항공기나 탄도미사일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를 판매하는 모든 이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대(對)이란 수출 규제는 물론이고 이란을 지원한 제3국도 제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도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이란 제재 논의에 들어갔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8일 “아니다. 우리는 그런(이란 드론 사용) 정보가 없다. 사용 중인 장비는 러시아제”라며 이란 자폭 드론 사용 사실을 부인했다.
○ 이란, 공격형 드론 개발에 몰두
러시아가 키이우 공격에 사용한 이란제 ‘샤헤드-136’은 지난해부터 실전에 쓰인 자폭 드론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찍은 좌표의 목표물이 확인될 때까지 공중을 돌다가 공격해 ‘선회(旋回) 폭탄’으로도 불린다.

러시아의 자폭 드론 운용 사실은 지난달 13일 하르키우 동부 공격 때 공식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및 미콜라이우주(州) 공습 이후 시내 곳곳에서 샤헤드-136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자체 드론 생산에 차질을 빚자 이란에서 드론을 공급받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서방 제재를 피해 공격형 드론 개발에 몰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란이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맺기로 한 가장 강력한 증거”라며 “두 권위주의 정부 지도자는 서방의 제재와 권력 유지를 위협하는 미국에 맞서 편의상 동맹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도 거리를 둬 왔다. 그러나 2015년 러시아가 내전 중인 시리아에 파병해 친(親)이란 정권을 도우면서 가까워졌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
#러시아#이란#자살 폭탄#자폭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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