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머릿속에 인간 뇌세포 심었다… 수염 꺾자 대뇌피질서 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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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에 이식했더니 신경회로와 통합
대뇌 체감각 피질서 정상적 기능
신경계 발달과정-장애 연구 도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쥐의 뇌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왼쪽 밝은 부분이 인간 뇌 오가노이드 모습. 스탠퍼드대 제공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쥐의 뇌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왼쪽 밝은 부분이 인간 뇌 오가노이드 모습. 스탠퍼드대 제공
뇌 이식은 ‘로보캅’(1990년) ‘더 게임’(2008년) ‘겟 아웃’(2017년) 등 공상과학(SF) 영화의 오랜 단골 소재였다. 뇌를 통째로 제거하고 다른 이의 뇌를 연결하는 뇌 이식으로 새로운 인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처럼 뇌를 통째로 이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뇌 이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 연구가 현실에서도 공개됐다. 인간의 뇌세포를 쥐의 뇌에 이식해 일부 뇌 기능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세르지우 파슈카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 및 행동학과 교수팀은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쥐의 뇌에 이식하고 신경 회로를 연결하는 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드는 장기 유사체로 ‘미니 장기’로도 불린다.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 세포 실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가 실제 장기를 그대로 모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생명체의 몸속에서 실제 장기는 신경회로, 혈관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파슈카 교수는 오가노이드를 생명체에 이식해 배양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 인간의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갓 태어난 쥐의 뇌에 이식해 배양했다. 그 결과 오가노이드가 쥐의 신경회로와 통합돼 뇌 기능을 수행했다. 인간의 뇌세포가 쥐의 뇌에서도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기존의 오가노이드보다 정교했다. 티머시증후군 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는 신경 결손이 보이는 등 질병의 특성이 나타났다. 티머시증후군은 신경세포의 칼슘 채널에 결함이 생기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신경세포 결함 등의 문제를 동반한다.

파슈카 교수는 논문에서 “티머시증후군(칼슘 통로에 드물게 생기는 선천적 장애)을 가진 사람들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는 형태학적으로 덜 정교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질환의 특성이 오가노이드에서도 재현된다는 것은 기술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이 이식한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는 감각정보를 수용하는 부위인 대뇌의 체감각 피질에 통합돼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했다. 인간의 세포가 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쥐에게 가해진 자극이 뇌 오가노이드로 전달되기도 했다. 연구팀이 쥐의 수염을 꺾자 뇌 오가노이드가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파슈카 교수는 “인간 신경계의 발달과 장애가 발생하는 과정 및 치료 방법에 대한 통찰력을 줄 수 있다”며 “환자 유래 세포의 질병 특성을 밝히는 데 유용한 연구성과”라고 말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
#뇌세포#뇌이식#줄기세포#뇌오가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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