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공급 축소” 또 에너지 위협… EU “소비 15% 감축”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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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프롬, “시설 보수” 이유로 공급재개 나흘만에 절반으로 줄여
공급 끊기 전과 비교 땐 20% 수준… 천연가스 선물, 하루만에 12% 급등
EU “푸틴 위협 대응 결정적 조치”… 러 가스 의존 높은 동유럽은 불만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반발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열흘간 끊었다가 기존의 40%만 공급을 재개한 러시아가 나흘 만에 현재의 공급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25일 선언했다. 가스 공급을 끊기 전과 비교하면 기존의 20%만 공급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노골적인 에너지 무기화 위협에 하루 뒤 유럽연합(EU) 또한 ‘에너지 소비 15% 감축’으로 맞섰다. EU 에너지장관들은 26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다음 달부터 내년 3월까지 8개월간 천연가스 소비를 15% 감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스 사용량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은 취약계층을 위해 관리비 등을 체납하는 월세 계약자라 해도 최소 6개월간 계약 해지를 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러, 공급 재개 나흘 만에 절반으로 감축
25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모스크바 시간 기준 27일 오전 7시(한국 시간 27일 오후 2시)부터 포르토바야 가압기지의 일일 운송량을 현 6700만 m³에서 3300만 m³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기지는 독일을 통해 유럽 각국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과 이어져 있다. 3300만 m³는 이 가스관 전체 용량의 20%에 불과하다.

앞서 러시아는 11일부터 20일까지 시설 보수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가스관을 잠갔다. 21일 기존의 40%만 공급을 재개했으나 이날 또 공급량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을 관리하는 독일 지멘스는 캐나다에서 제조한 가스관 터빈 엔진의 유지 보수를 캐나다 기업에 맡겼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캐나다 정부가 엔진 반환을 미루자 발끈한 러시아 또한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했다.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진 독일의 요청으로 캐나다가 반환을 약속했지만 재설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러시아 또한 가스 공급 중단 및 축소를 거듭해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26일 유럽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기준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은 전일 대비 12% 오른 메가와트시(MWh)당 197유로에 거래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미국이 상반기(1∼6월)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럽이 미국산 LNG 수입을 대거 늘린 여파로 풀이된다.
○ 유럽, 내년 3월까지 가스 사용 15% 감축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6일 가스 사용 감축 합의 직후 성명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면적인 가스 위협에 맞서기 위해 결정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은 “또 다른 형태의 테러”라며 EU의 추가 제재, 캐나다에 있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터빈의 반환 금지 등을 촉구했다.

다만 27개 회원국 중 러시아 가스관과 연결되지 않은 아일랜드와 몰타 등에는 15%보다 낮은 규모의 감축 의무가 부과된다. 제강산업에 쓰이는 천연가스 또한 예외로 인정된다. 또한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에 비해 경제 발전이 더디고 러시아산 에너지의 의존도 또한 높은 헝가리 등 동유럽 일부 국가의 불만이 심해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난항도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헝가리, 이탈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경제 등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관리비를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세입자의 계약 해지를 6개월간 금하고, 관리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집주인에게도 무이자 대출 및 대출 기간 연장 등을 해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러시아#가스공급#가스프롬#천연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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