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조심… ‘깡통전세’로 110명 보증금 44억 가로채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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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 등 7개 유형 활개, 신혼부부-대학생 등 서민 큰 피해
“계약前 전세가율 높은지 체크하고 집주인 세금체납 여부 확인해야”
경찰, 오늘부터 6개월 특별단속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깡통전세’ ‘무자본·갭투자’ 등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신혼부부, 대학생 등 사회초년생이어서 심각성이 더 크다. 경찰청은 24일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해 ‘나쁜 임대인’을 특별단속하겠다며 흔히 발생하는 전세사기 유형 7가지를 소개했다.》



2019년 전북 익산의 한 대학가. 15동의 원룸 건물을 소유한 A 씨(당시 43세)는 120여 명의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과 임대 계약을 했다. 당시 A 씨는 대출금 미납 등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웠고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도 없었다. 매물도 대부분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추월한 건물)였다.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감추고 계약을 반복한 끝에 110여 명의 보증금 44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24일 A 씨 같은 경우를 포함해 △무자본·갭투자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 고지 △무권한 계약 △위임 범위 초과 계약 △허위 보증·보험 △불법 중개·매개 등 흔히 발생하는 7가지 전세사기 유형을 공개하고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 매매 가격 전셋값 비슷한 ‘깡통전세’ 기승
가장 흔한 사기 유형은 소위 ‘깡통전세’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경매를 거쳐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전세보증금이 매매 시세를 웃도는 깡통전세는 경매로 처분해도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한다. 집주인이 애초에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이를 숨기고 세입자와 계약을 맺었다면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직장인 정지영 씨(34)는 3년 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신축 빌라에 전세로 들어갔다.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집주인 박모 씨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 씨는 뒤늦게 은행으로부터 박 씨의 채무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듣게 됐다. 박 씨는 ‘무자본·갭투자’ 방식으로 정 씨가 계약한 전셋값과 같은 가격에 빌라를 사들였다.

경찰은 깡통전세나 무자본·갭투자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계약 단계에서 임차 물건의 시세를 정확하게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건물 시세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rt.molit.go.k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소유권이 없으면서도 관련 서류를 위조해 소유자 등 실권리자인 것처럼 속여 보증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적발된 피의자들은 오피스텔을 월세로 임차한 뒤 전세계약서 및 주민등록증 등을 위조하고, 주인이나 공인중개사 행세를 하며 피해자 7명과 전세 계약 후 보증금 15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신분증 사진과 얼굴을 대조하고 소유자의 신분증 진위 확인을 통해 등기부등본의 소유자가 집주인과 동일 인물인지를 확인하라고 권한다. 주민등록증 진위 확인은 전화번호 ‘1382’ 또는 정부24 홈페이지(www.gov.kr)에서 가능하다.
○ 전세사기 급증…경찰, 수사본부 신설
임차인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 이력을 확인하기 어려워 전세사기에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하모 씨(31)는 지난해 4월 서울 강서구 한 빌라 전셋집을 계약했다.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믿고 계약했으나 올해 2월 하 씨가 거주하던 집이 관할 세무서로부터 압류 처분을 받으며 집주인이 63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체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 씨와 같은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선 계약 단계에서 임차인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인터넷 홈택스 혹은 세무서 방문을 통해 임대인의 국세완납증명서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경찰은 경찰청에 수사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해 25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전세사기를 특별 단속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세사기 관련 엄정 대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전세사기#깡통전세#무자본#갭투자#나쁜 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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